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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Nov 08. 2017

당신의 '이름'을 지켜라

유튜버 엔터테이너의 이름이 바뀔 때 : 캐리소프트 케이스


당신의 이름은 사실은 당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 

알고 있나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당신의 이름은 당신의 ‘보호자’가 정합니다.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일반적으로 당신 본인이 아니라 친구, 동료, 애인 등 타인이죠. 

당신의 이름을 기록하는 곳은 국가, 회사, 사회입니다.


콘텐츠 창작자라고 예외일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당신을 표시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죠.

그런데 당신의 이름을 타인에게 빼앗긴다면 어떨까요?


올해 초 MCN, 그러니까 쉽게 말해 유튜브 콘텐츠 업계에서는 ‘캐리’ 케이스가 발생했죠.

‘캐리(강혜진님)’는 아동용 완구 리뷰 콘텐츠로 유명한 유튜버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아이’의 시선에 맞춰 놀이 방법과 

장난감을 실제로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채널이었죠. 

구독자 140만명, 누적 조회수 13억 6천만회(2017년 2월 기준)로 국내 최고 유튜버 크리에이터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캐리는 개인 창작자가 아니었죠. 

기획 초기부터 ‘캐리소프트’라는 회사에서 이 콘텐츠를 기획했고, 

회사의 기획 하에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바꿔 말하면 캐리가 출연한 콘텐츠는 회사의 ‘업무상 저작물’, 한 마디로 회사의 창작물이죠. 

캐리는 회사가 만들어낸 콘텐츠의 ‘연기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회사도 성공했고, 크리에이터도 유튜브 최고 채널의 창작자가 되었으니 서로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크리에이터와 소속사가 결별할 때 항상 문제가 발생합니다.

캐리소프트는 ‘캐리’라는 ‘캐릭터 연기자’를 강혜진님에서 다른 사람으로 변경했고, 

이 과정에서 구독자들은 반발했습니다. 

이후 강혜진님은 ‘지니’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죠. 

그리고 새로운 소속사로 들어간 후, 소속사를 통해 유튜브 콘텐츠를 최근 강화하고 있는 CJ와 계약했습니다.


현재 캐리소프트는 강혜진 님, 그리고 강혜진 님의 소속사와 계약한 CJ에 대해 법적 대응도 가능하다고 선포한 상태입니다. 물론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하는 일이 되어 버렸으니 쉬운 일은 아니겠죠?

사실 이런 문제는 유튜브 콘텐츠 업계에서는 이번에 처음 벌어진 셈이지만, 기성 방송 콘텐츠 시장에서는 옛날부터 논란이 되어 왔던 건입니다. 


동방신기의 이름은 누구의 것일까요?

번개맨은 교체될 수 있는 존재일까요?

살아있는 사람의 ‘캐릭터’는 창작자의 것일까요, 회사의 것일까요? 


여기에는 법적으로 두 가지 권리가 걸려 있습니다.


개인의 인격과 결부되어 있어서 남에게 양도하거나 빼앗기지 못하는 ‘성명권’과 선등록 후 상업적 사용이 가능하며 양도가 자유로운 ‘상표권’이 그것입니다.


‘캐리’는 2014년 8월부터 강혜진님이 사용해온 일종의 ‘예명’입니다. 

예명은 연예인이나 예술가가 사용하는 일종의 별명이죠. 

판례는 예명의 경우에도 개인의 인격과 밀접하게 결부된 경우에는 개인의 권리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예명이 ‘상표’로 등록되어 있을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무리 개인 이름이라도 상표로 등록된 이상 상표권자의 권리가 우선이 되죠. 상업적인 활동에 한정한 경우라면 그렇습니다.


실제로 캐리소프트는 ‘캐리’가 인기를 얻은 2015년 8월 무렵 이미 상표 출원을 시작해 놓았죠. 



일반적으로 연예인의 경우에도 스타가 될 것 같은 경우 그룹명이나 예명을 소속사가 상표로 등록해놓곤 합니다.

이 경우 강혜진님은 ‘캐리’를 지키고자 한다면 약간 복잡한 소송을 거쳐야 합니다. 

캐리가 본인의 인격과 유관할 정도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름이고, 

상표로 등록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죠. 

상표법에 따르면 사실은 ‘저명한’ 사람의 이름은 상표로 등록할 수 없거든요. 

물론 본인 승낙이 있다면 가능하지만 말입니다.


물론 ‘이름’으로 캐리를 쓰는 것은 언제든 가능합니다. 

다만 상업적 활동, 예컨대 유튜브로 수익을 얻고자 할 때는 이 상표가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이 케이스의 결과는 앞서 보았듯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강혜진 님은 ‘캐리’라는 이름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걸기보다, 

‘지니’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활동하는 승부수를 두었죠.


이렇게 되면 사실 캐리소프트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집니다. 

이중계약이나 부정경쟁행위로 가야 하는데 입증이 쉬운 일이 아니죠. 

게다가 사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 문제로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재의 변경된 ‘캐리’나 다른 캐리소프트의 콘텐츠를 구독하는 유저, 즉 아이의 ‘부모’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언론플레이가 더욱 효과적이죠. 

실제로 캐리소프트는 아직 내용증명이나 소송 등 법적절차를 이행하기보다 언론에 호소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어느 쪽이 더 옳다 그르다를 판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콘텐츠 창작자든, 창작 기업이든 중요한 것은 ‘이름’을 지킨다는 게 단순히 권리를 지키는 것은 아니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콘텐츠 창작자는 초기 단계부터 본인의 ‘이름’을 어떻게 보호할지 어느 정도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상표 등록 단계에서는 항상 본인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전에 사전 계약을 통해 이름의 보호를 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죠. 

물론 실질적으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본인의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는 단계라면 사실 웬만한 경우에는 상당히 성공한 창작자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콘텐츠 창작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떤 ‘이름’을 상표로 가지게 될 때는 그 이름이 가지는 평판과 캐릭터를 모두 확보할 때 실질적으로 성공과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캐리’라는 이름은 분쟁에 휘말린 탓에 평판이 서서히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콘텐츠 창작자에게 ‘이름’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향유하는 유저들의 것이기도 합니다. 

항상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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