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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Nov 29. 2017

표절하신 것, 아니에요?

표절에서 당신의 창작물을 지키는 예방법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마련이죠.

“어라? 저거 어디서 본 건데?”


그리고 가끔은 이런 경험도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뭐야, 저거 내가 만든 거랑 왜 이렇게 비슷해?”

아주 간혹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엥? 내가 다른 사람 것을 베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금은 콘텐츠 황금시대입니다.

비록 콘텐츠로 먹고 살기에는 버거운 시대지만,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된 시대죠.

‘콘텐츠(contents)’라는 콩글리쉬만큼이나 조야한 물건도 많이 만들어지지만, 동시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예술품도 함께 나타납니다.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말은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언제든 빼앗길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일부 예술가만 신경쓰면 되었던 일들이, 이제는 우리 모두가 신경써야 하는 일이 되었죠.

최근에는 연예인도 아니고, 저명인사도 아닌, 단지 유명한 SNS 인플루언서의 페이스북 글도 표절되는 사건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콘텐츠를 만들었거나, 

지금 콘텐츠를 만들고 있거나, 

앞으로 콘텐츠를 만들게 될 당신의 콘텐츠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그 전에 ‘콘텐츠’가 무엇인지 정의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단어는 무척 다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정작 이것을 만들고 지켜야 할 당신도 머릿속에 명확한 개념이 없기 쉽죠. 

자신이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그것을 지킬 수도 없기 마련입니다.

무엇보다 명확한 정의가 있어야 그것의 본질과 특성을 알게 됩니다.


한 번 백과사전을 볼까요?

《콘텐츠는 본래 문서·연설 등의 내용이나 목차·요지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다 정보통신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각종 유무선 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디지털 정보나 그러한 내용물을 총칭하는 용어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콘텐츠 [contents] (두산백과) 인용


뭔가 굉장히 복잡한 말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콘텐츠’와는 약간 거리가 먼 내용입니다.

콘텐츠(contents)는 영어지만 실은 미국에도, 유럽에도 없는 말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쓰는 말은 바로 콘텐트(content)죠. 


보통 어떤 매체(Media)에 실리는 무형의 ‘창작물’을 포괄적으로 가리킬 때 이 단어를 쓰죠. 

여기서 미디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출판, 영상, 전자, 나아가 요 근래 이미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SNS(Social Media)까지 포괄하는 의미이니, 이 모든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무형의 창작물은 ‘콘텐트’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콘텐츠는 바로 이 ‘콘텐트’를 가리키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식 영어 조어죠.


즉, 간단히 말해 콘텐츠는 창작을 통해 만들어진 모든 ‘결과물’을 포괄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결과물이라는 점입니다.
당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아니에요.
생각과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바로 당신의 콘텐츠이고 지켜야 할 대상이 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법, 그 중에서도 저작권법은 이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정의) 1.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하지만 법은 당신의 콘텐츠 중 최소한을 보호할 뿐이죠.

예컨대 저작권법은 위에 적혀 있는 것처럼 ‘저작물’이라는 이름으로 콘텐츠를 보호합니다.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은 ‘표현’된 것이며 표현되지 않은 사상/감정은 보호 대상이 아니구요.

그런데 대체 어디까지가 사상/감정이고 어디까지가 표현일까요?


예를 들어볼까요?

당신이 7개의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 재벌 3세의 로맨스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가정하죠. 

그런데 갑자기 이중인격 재벌 3세의 로맨스 콘텐츠를 먼저 만든 사람이 당신에게 이렇게 주장한다면 어떻게 방어해야 할까요?


“넌 내 콘텐츠를 표절했어!”


실제로 발생한 사건입니다. 

드라마 <킬미힐미> vs 드라마 <하이드지킬>의 이야기죠.



이 케이스에서는 만화 원작 작가의 표절 주장이 있었고, 이에 대해 드라마 원작 작가는 이미 만화 원작 제작 이전에 기획안을 제출한 바 있다고 반박한 적이 있죠.



다중인격은 아이디어에 불과합니다. 

재벌 3세는 클리셰에 불과하구요(즉, 창작성이 없죠). 

하지만 구체적으로 표현된 결과물은 어쩐지 비슷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이러한 공격에 맞서서 방어할 수단을 마련해야 할지도 모르죠. 반대로 당신이 이중인격 재벌 3세 로맨스 콘텐츠의 원작을 만든 사람이라 공격할 수단을 준비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건 어떤가요? 

당신은 우연히 조선왕조실록에서 ‘UFO’가 나타났다는 기록을 보고, 그 UFO에 납치되었다가 불로장생하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출판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조선왕조 시대에 UFO에서 내려와 지금까지 불로장생하며 살아온 ‘외계인’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나옵니다.

표절일까요?


법정까지 가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앞서 말했듯이 ‘아이디어’는 보호되지 않습니다.

오직 결과물인 ‘표현’만이 보호되죠. 


하지만 이 아이디어와 표현의 경계는 언제나 모호합니다. 

역시 실제로 있었던 케이스입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vs 만화 <설희>.


https://goo.gl/images/XL1cxp

이 케이스는 앞서의 케이스보다 서로 구성이 비슷한 점이 있어 논란이 상당히 심했습니다.

게다가 조선왕조실록에 UFO가 나타났다는 기록 자체가 사실 <설희>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반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아니어서 더욱 쌍방의 공방이 심했죠.




다만 중재를 통해 원만히 마무리 되었고,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까지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두었으니 원만하게 해결된 셈입니다.

법정까지 갔을 때 누가 이겼을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게 이런 케이스죠.

요컨대 당신의 콘텐츠를 지킨다는 것은 다음의 3가지를 의미합니다.


A. 당신의 고유 콘텐츠를 지킨다.

B. 남에게 당신의 콘텐츠를 빼앗기지 않는다.

C. 남의 콘텐츠를 훔쳤다는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법이나 인정, 상식에 호소한다고 잘 해결되는 일이 아닙니다.

생각보다는 간단하지만, 조금 더 세심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먼저 해야 할 것은 ‘사전예방’이죠.


물론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 가면 되는 것처럼, 이런 일은 대체로 법률 전문가나 콘텐츠 전문가에게 직접 구체적으로 상담하면 사후에도 방법을 찾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병에 걸렸다고 모두 의사에게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상담할 전문가를 주변에 두고 있는 것도 아니며, 의사가 못 고치는 병이 있듯이 전문가라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죠. 


따라서 미리 병을 예방하면 나중에 큰 질환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처럼, 

당신의 콘텐츠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우선 예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가장 손쉬운 기본 예방법은 3가지입니다.


기록, 채록, 등록.


기록은 당신의 콘텐츠 창작에 대한 모든 기록을 남겨놓는 것을 가리킵니다. 

채록은 당신의 콘텐츠에 대한 수많은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보기 쉽게 정리해두는 것을 말하구요. 

등록은 당신의 콘텐츠를 공인된 형태로 인증받는 것을 뜻하죠.


우선 이 3가지만 지켜도 당신의 콘텐츠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1. 기록

어떤 콘텐츠를 만들게 되더라도 당신은 초안과 계획, 프로세스를 모두 데이터의 형태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기왕이면 개인 저장소나 아직 증빙이 어려운 클라우드보다는, 나중에 날짜를 증명하기 쉬운 이메일이나 온라인 기록으로 남겨두면 좋습니다.


2. 채록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은 콘텐츠가 일정 수준 완성된 다음에 해야 할 일입니다. 

그 전에는 정리할 기준을 세우기도 어렵고 데이터가 계속 쌓이게 되기 때문에 정리하기도 어렵죠. 

콘텐츠가 완성단계일 때쯤 해당 콘텐츠를 기준으로 하여 당신의 데이터를 일정한 기준 하에 정리해 두면 나중에 어떤 공방을 벌이게 되더라도 도움이 됩니다.

     

3. 등록

마지막으로 완성된 콘텐츠를 일정한 형태로 공표하거나(출판, 방송, 온라인 게재 등), 공인된 기관(ex : 저작권위원회)에 등록을 하는 방식으로 인증을 하게 되면 일단 기초적인 예방은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기본 예방법일 뿐입니다.

당신의 콘텐츠를 지키고, 빼앗기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더욱 세밀한 주의와 방법이 요구됩니다. 


게다가 이미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는 대응하는 방법도 요구되며, 혹시라도 당신이 불리한 결말이 지어졌다면 사후처리도 필수적이죠.


하지만 이 모든 사항을 적기에는 지면의 여백이 너무 부족한 관계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연재로 미루기로 하겠습니다.


다만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치료는 예방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P.S. 위에 변형 인용한 페르마의 문구는 17세기에 쓰여진 글이라 보호되지 않습니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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