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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Dec 06. 2017

‘볼빨간 사춘기’, 저작권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음악 저작권의 유통상식


https://goo.gl/images/5ANeFb


길을 걸을 때, 

출근하거나 등교할 때, 

때로 방 안에 혼자 있을 때,

우리는 음악을 듣습니다.                      


옛날에는 워크맨이나 CD 플레이어라는 

커다란 기기를 들고 다니며 음악을 듣기도 했지만 

요새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해결하죠.



그럼 요새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은 뭘까요?

여성 듀오 밴드, ‘볼빨간 사춘기’의 노래 <좋다고 말해>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좋다고 말해’와 ‘우주를 줄게’, ‘나만 안 되는 연애’의 

스트리밍 횟수가 총 2억1,300여 만 건에 달한다는군요.                       


그런데 기사에 이상한 내용이 있네요.

2억 번이나 음악을 들었는데 저작권료가 고작 7,000만원?

왜 이렇게 될까요?


이상하죠? 히트곡을 낸 가수들이 빌딩을 사서 건물주가 되고 부자가 되는 경우도 많이 봤잖아요?

그런데 왜 이럴까요?



이 미스터리에는 약간 복잡한 산식과 음악 유통 과정의 변화가 숨어 있습니다.

먼저 산식을 보죠.


우리가 흔히 듣는 대중음악이라는 ‘콘텐츠’는 

다음과 같이 저작권이 나뉩니다.


음원은 작곡가, 가사는 작사가, 편곡을 한다면 편곡자.

여기에 저작인접권이라는 음악(혹은 공연) 특유의 유사 권리가 포함되죠. 

노래를 부른 가수의 저작인접권과 가장 처음 음원을 음반이라는 물리적 형태로 고정시킨 음반사업자의 저작인접권입니다.


복잡하죠? 특히 요새는 공동 작곡가나 그룹이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있으니 더욱 분배가 복잡해집니다.


여기에 실제로 음원을 유통시키는 유통사도 수수료를 떼갑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의 저작권료 산식은 이렇게 됩니다.                    

음원유통사(멜론 등) : 40%
음반제작사(SM, 소니뮤직 등) : 44%
저작권자(작곡, 작사, 편곡자) : 10%
실연자(가수, 연주자) : 6%


방송이나 게임에 음악이 들어갈 때는 또 다른 산식이 적용되지만 

너무 복잡하니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어라, 그럼 노래만 부르는 아이돌 그룹 스타는 오히려 돈을 못 받을 수도 있겠네요?

맞습니다. 

그래서 요새 대부분의 아이돌은 공연이나 CF에서 수익을 얻죠.



하지만 우리가 처음 본 “볼빨간 사춘기”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볼빨간 사춘기”는 작곡, 작사를 겸한데다 노래까지 불렀으니 비율이 좀 더 높겠죠?

하지만 히트곡들을 자세히 보면 공동작곡자에 편곡자까지 붙어 있습니다. 

게다가 밴드라 연주자도 챙겨야 해요.


기사에 나온대로 대략 8%(작곡 2.5%+작사2.5%+가수 3%) 정도로 

계산해볼 수 있겠죠.


문제는 음악 유통 과정이 

최근 몇 년 간 다운로드(전송/저장)에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으로

급격히 바뀌었다는 점이에요.


10여년 전에는 음원을 듣더라도 다운로드 해서 온전히 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서? 

아니죠.


인터넷 환경이 지금보다 나빠서 

스트리밍으로 들을 경우 자주 음악이 끊겼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모바일 인터넷도 지금보다 비쌌죠.


하지만 이제는 전국에 와이파이 환경이 갖춰져 있고 인터넷 환경도 좋아졌죠.

여기에 이전부터 음원유통사에서 밀고 있었던 음원 정액제 서비스가 스트리밍에도 적용되어 이른바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무슨 차이가 있냐구요? 음악을 듣는 것은 똑같잖아요?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음원을 다운로드 받을 때는 싸든 비싸든 온전히 음악에 대해 가치를 지불하고 사적으로 파일을 ‘소유’하게 됩니다.

하지만 음원을 스트리밍으로 들을 때는 음악을 그 순간만 ‘사용’하게 되는 거죠.


즉, ‘소유’가 아닌 ‘사용’만 하기 때문에 지불해야 할 금액이 10배 이상 차이나게 되요.


예컨대 음원 1개가 600원이라고 가정해보죠.

다운로드의 경우 저작권자는 60원(작곡가, 작사가 둘 다 포함해서), 가수는 36원을 받게 됩니다. 

묶음 다운로드가 되면 반 정도로 더 떨어지긴 하지만 어쨌든 동전으로 환산 가능해요.


스트리밍이 되면 1회당 12원, 저작권자에게는 1.2원, 가수에게는 0.72원이 돌아가죠.

그런데 여러분이 사용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무제한 스트리밍이죠?

결국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가격은 절반 이하로 떨어집니다.


결국 “볼빨간 사춘기”는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국민 가수가 되었지만, 

저작권료 부자가 되기는 요원해져 버렸습니다.


“에이, 연예인이 부자가 되든 말든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아닙니다. 상관이 있어요. 

우리가 더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말이죠.

어느 업계든 1위는 그 업계에서 다다를 수 있는 한계점입니다.


“볼빨간 사춘기”가 2억 회의 스트리밍으로 고작 7천만원이라고 한다면, 그보다 훨씬 적은 횟수로 듣게 될 음악의 작곡가와 작사가, 가수들이 벌게 되는 돈은 더욱 적죠.


결국 가수가 방송에 나오고 예능 프로그램을 하며 유명해지지 않는 이상 

저작권자와 가수가 제대로 수익활동을 하지 못해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없게 됩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지속적으로 이야기되어 왔고, 

2016년 2월부터는 유통사의 비율을 조금 낮춰 30프로로 하고 묶음상품 할인율도 낮추는 방식으로 문체부의 개정안이 나오기는 했어요.




하지만 스트리밍은 여전히 변화가 없죠.

여기에 대해 콘텐츠 창작자들이나 저작권 신탁단체에서는 저작권자의 권리와 요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실은 한 가지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이미 스트리밍이 대세로 넘어오는 가운데, 유통 방식이 다시 달라질 조짐이 있다는 거죠.





뭐가 문제냐구요? 

미국이나 유럽은 저작권자에게 저작권료도 더 많이 준다는데요?

애플은 유료지만 스포티파이는 기본적으로 무료 서비스입니다.


유튜브에는 무료 불법 음원이 넘쳐나는데다 합법적인 음원에 지불하는 가격도 멜론보다도 낮아요.


즉,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이 세계적으로도 음악저작권자와 가수에게 불리한 유통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겁니다.

이전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새로운 도전이 외부에서 다가오고 있는 거죠.


앞으로 한국의 음악 콘텐츠 업계가 정면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일 거에요.


어쨌든, 한국에서 “볼빨간 사춘기”의 새 음악을 계속 들으면 좋지 않겠어요?

나아가 창작자가 자신의 저작권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콘텐츠 산업 전체의 발전도 가능해집니다.


“볼빨간 사춘기” 혹은 재능 있는 뮤지션이 ‘저작권 부자’가 되어야 할 이유죠.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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