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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Dec 13. 2017

플랫폼, 콘텐츠의 문-영화 제작과 배급 관계

영화, 대체 어떤 경로로 나오게 될까?

- 영화, 대체 어떤 경로로 나오게 될까요?




플랫폼은 콘텐츠가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죠.


예컨대 전통적으로 드라마의 플랫폼은 TV, 

영화의 플랫폼은 영화관, 

게임의 플랫폼은 컴퓨터와 게임기였어요.



요새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하는 다매체 시대가 도래했다고는 하지만, 주요 플랫폼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예컨대 영화는 영화관에서 우선 개봉한 후에야 케이블 TV나 온라인, 모바일 스트리밍을 통해 전파되곤 했죠.


그럼 21세기 모바일 시대, '영화'의 주요 플랫폼은 어떨까요?

아직까지 영화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점 회사들이 지배합니다. 

한국의 경우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중앙미디어그룹)의 3대 멀티플렉스가 플랫폼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개봉되었던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영화관만이 아니라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한다고 해서 논란이 일어난 바 있죠.



국내 3대 멀티플렉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로부터 반발을 사며 보이콧 사태를 일으켰다. 멀티플렉스 측은 기존 영화 산업 구조에서 선(先) 극장 개봉 이후 홀드백(개봉 3주 후) 기간을 거쳐 IPTV 서비스를 진행해온 관행을 따르지 않고 스트리밍과 극장의 동시 개봉을 선택한 '옥자'를 두고 극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변칙 행위라 비난하며 상영을 거부했다.(스포츠조선, 2017.7.31)


사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영화 상영이 주목적이 아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용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죠. 서구에서 주로 만들어져 온 TV용 영화와도 다르게, 온라인을 통해 전파되는 방식을 택한 영상 콘텐츠인 셈입니다.

한국 영화 상영관을 장악하고 있는 3대 극장 체인(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은 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인 바 있습니다.


이건 이른바 ‘홀드백’이라는 것 때문에 일어난 논란인데요.

원래 영화의 경우 영화관에서 먼저 상영하고, 2-3주 정도의 시차를 둔 후 VOD와 같은 다른 플랫폼으로 순차적으로 유통되는 게 일종의 관례입니다. 

법으로 강제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시장 플레이어들에게 일종의 상관습으로 굳어진 사안이죠.


하지만 “옥자”는 애초부터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 제작한 영화이고,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이러한 기존 관례를 꼭 지켜야 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자연히 기존 관례를 요구하는 영화계 플레이어들은 반발할 수 밖에 없을 거구요.


그런데 만약 이런 불편함이 실제로 가시화된다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이나 공정거래법상 불공거래행위에 해당할 여지도 없지 않습니다.


"전국의 상영관은 2575개다. 그 중 CGV가 996관, 롯데시네마 793관, 메가박스 590관이다. 세 곳을 제외한 상영관은 196개. 만일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 불가 판정을 내릴 경우 '옥자'를 볼 수 있는 전국의 영화관은 196곳뿐이다."

〈'옥자'와 넷플릭스는 피해자일까?〉 중앙일보, 2017. 6.11.


공정거래법 제4조(시장지배적사업자의 추정)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자(일정한 거래분야에서 연간 매출액 또는 구매액이 40억원 미만인 사업자는 제외한다)는 제2조 제7호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1. 1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50 이상
2. 3 이하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100분의 75 이상. 다만, 이 경우에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10 미만인 자를 제외한다.


간단한 산수 계산으로도 3개 극장 체인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예시적인 규정으로 되어 있고, 일정한 거래분야인 '시장'을 규정하는 것은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예컨대 3대 극장 체인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영화 시장 전체를 두고 제작사와 배급사 극장까지 합한 시장 금액 규모로 시장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영화 시장에 대해 독과점 여부를 판단한 적이 드물기도 합니다.


어쨌든 영화 극장 시장이 독립된 시장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위 3대 극장 체인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죠. 

이렇게 될 경우 3대 극장 체인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지위를 남용하면 안 되고, 또한 이른바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상 부당한 거래거절을 해서도 안 됩니다. 


물론 '유통질서'는 시장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요소고, 3대 극장 체인이 반발하는 것도 당연히 일리는 있죠. 이른바 '홀드백(영화가 상영관에 개봉된 후 스트리밍 등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시차)'은 영화 시장 플레이어들이 일정 수준 이상 각자 수익을 얻기 위해 필요한 절차였습니다. 특히 콘텐츠의 온라인 불법 유통이 만연한 한국에서는 필요한 부분이 있었죠.


요컨대 "옥자"와 "3대 멀티플렉스"는 서로 정당하다고 생각할 부분이 각기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 맞는지는, 실은 앞으로 어떤 플랫폼이 주류가 될지가 결정합니다.


예컨대 북미, 서유럽, 일본에서는 음악이든 영화든 게임이든 유상 판매가 원칙이었죠. 

하지만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이러한 원칙이 파괴되는 사례는 북미에서도 상당히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무상으로 공급해서 우선 유저 숫자를 늘린 후, 수익은 광고나 유상 부가 아이템과 같은 다른 수단으로 얻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죠.


영화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20세기 중반, TV가 가정에 보급되면서 헐리우드 영화업계는 공포심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TV를 가정에서 보게 되면 아무도 영화를 보러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영화 업계는 그 후, 영화관에서 볼 때 비로소 가치가 있는 블록버스터나 

영상미에 집중한 영화들을 선보이거나, 혹은 영화관 자체가 체인화되어 대규모로 변모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위기를 벗어난 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스트리밍 업계의 이번과 같은 도전도, 영화 혹은 영상 콘텐츠의 주류 플랫폼이 앞으로 어떤 곳이 되느냐에 따라 성공할 수도 있고 패배할 수도 있는 거죠.


예컨대 <넷플릭스>의 경우를 생각해볼까요?



넷플릭스는 그동안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대표적인 온라인 콘텐츠 유통 기업입니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 성장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는 신호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죠. 

특히 유저 숫자가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 사실을 반증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에 직접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콘텐츠 사업은 성공 가능성을 언제나 예상하기 힘든 사업이죠.




그렇다면 이런 경쟁 구조가, 당신이 만들 콘텐츠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구요?


간단합니다. 

진입가능성과 보호가능성이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영화관 체인과 같은 폐쇄적인 구조가 시장의 주류가 될수록 당신의 콘텐츠 시장 진입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반면 온라인 스트리밍과 같은 개방적인 구조가 시장의 주류가 될수록 당신의 콘텐츠는 불법 유통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콘텐츠 창작자 입장에서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 때 이 점을 항상 고려해야 하죠. 


물론 선택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이니, 그렇게 되도록 우선 실력을 쌓는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플랫폼은 콘텐츠가 창작된 다음의 문제죠.


참, "옥자"는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영화 ‘옥자’가 사실상 종영 분위기에 접어들었다. 6월29일 전국 100여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옥자’는 (8월) 26일 현재 전국 5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면서 두 달여 만에 막을 내릴 전망이다. (중략) 영화는 다소 작은 규모의 극장에서 개봉해 전국 32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넷플릭스 역시 상당한 신규 이용자를 끌어 모았다. 한 편의 영화 혹은 콘텐츠가 지닌 힘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스포츠동아, 2017. 8.18)


결국 3개 거대 멀티플렉스 기업은 옥자를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옥자는 소규모 개봉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죠. 

옥자의 성공에 힘입어 '넷플릭스'는 더욱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결국 콘텐츠 산업은 "킬링 콘텐츠"를 만드는 게 가장 첫 걸음입니다.

다만 시대에 맞는 플랫폼을 선택하고, 그 플랫폼의 지원을 한껏 받을 때 콘텐츠도 성공할 수 있게 되죠. 

언젠가 여러분 중 영화나 콘텐츠를 만들게 될 창작자 분들도 가장 적절한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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