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에세이-데이트랜드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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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는 진실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때가 있죠.


생은 이미 주어진 겁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가혹하며 결국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나요.

우연과 한계와 숙명이 사람의 삶을 지배합니다.


굳이 진실을 몰라도 인생은 결국 끝을 맞이해요.

만약 좋은 것만 보고 달콤한 것만 맛보고 불쾌한 것들을 외면하더라도 평안히 여생을 보내는 이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단지 당신이 진실을 원한다면 그렇게 살 수 없을 뿐이죠.


이는 피하기 어려운 매혹과 같아요.

알고 있던 사실과 다른 진실이 세상의 한꺼풀 뒤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맞이할 미망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언제나 머릿속 한 켠에서 속삭이며 심장 한 구석을 콱 쥐고 놓치지 않는 유혹이기도 해요.


이미 알게 되면 보기를 원하고 또한 체험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렇기에 보여주고 싶지 않은 생의 진실을 알게 된다면 열망하고 요구하게 되구요.


아직 어린 아이에게는 진실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이유입니다.

보게 된 뒤에는 뒤바꿀 수도 이전과 같이 평온하게 살 수도 없어요.

하지만 아마도 아이는 살며 삶의 가혹함을 어쩔 수 없이 체험할지도 모르죠.


어쩌면 우리에게 생의 진실을 보여주었던 어른들이 그랬듯이 피할 수 없는 일인 것일까.


생의 이면에 대해 천연히 묻는 아이를 두고 고민에 잠기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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