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항상 사라진 뒤에야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준비없이 태어나죠.
생은 던져진 것이며 세상은 주어져 있어요.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원래부터 당연히 있어야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세상에 마땅히 존속해야 할 것은 하나도 없어요.
옛날부터 있어 왔다고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보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익숙한 모든 조건은 실은 우연히 맡겨진 것에 불과하죠.
보통은 모른채 살아가도 됩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평온하게 사는 이도 적지 않아요.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격변이 일어납니다.
너무나 당연했던 상식과 제약과 의무가 한 순간에 무의미해지죠.
윤리도, 법규도, 정부도 순식간에 뒤바뀌고
무너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나의 집이었던 곳이 내일은 철거되는 일이 일어나요.
그때서야 익숙했던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때로 지겹게 느꼈던 일상이 실은 소중한 평화였음을 자각하게 되죠.
다시 되찾기를 갈망하며 남은 생을 보내게 될 수도 있구요.
애석하게도 한 번 사라진 평온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단지 그때부터 당신은 이전과 달리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될 뿐이죠.
그것은 결코 익숙하지도, 편안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지만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입니다.
그럼에도 역시 사라진 것들은 소중했음을 우리는 다시 깨달을 수 밖에 없어요.
익숙함과 결별하는 날, 상념에 잠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