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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웹소설 단편-원포인트 꽁트

by 기신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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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냥꾼이다.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하나, 둘, 셋.

아직 내가 살아있음을, 숨을 쉴 때마다 나는 느낀다.

동시에 네가 아직도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나는 전율한다.


오랫동안 나는 너를 추격해왔다.

나에게 너를 죽이라고 명령한 것은 이 세상 전체다.


세상의 지배자가 너를 증오한 그 순간부터, 이 세상은 너를 삭제할 것을 내게 요구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나는 너를 사냥감으로 지목하고,

‘삭제’하기 위한 과정에 착수했다.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다.

숨통을 틀어막고 숨을 멈추게 하면 된다.

하지만 한 사람을 삭제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이다.


하나의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고 있는 공간과,

향유하고 있는 시간과,

맺고 있는 관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한 사람이 온전히 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공간과, 시간과, 관계가 온전히 파괴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주 까다로운 일이다.

나는 그 까다로운 일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그런 내게도 너는 경이로운 존재다.


지금까지 내가 추격해온 그 어떤 사냥감보다도,

너는 오래 버텼고, 끊임없이 도망쳤고, 살기 위해 애썼다.

그 말은 내가 파괴한 것 이상으로, 네가 공간과, 시간과, 관계를 끊임없이 만들어왔다는 뜻이다.


너는 실로 경이로운 사냥감이다.

그리고 나는 너를 파괴함으로서 그 경이를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마침내 너는,

온전히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섰다.


너의 옆에는 동료가 피를 흘리며 차의 시트에 앉아있다.

그는 방금 내가 죽인 자다.

이제 너는 차에 앉은 채 나를 본다.


그 눈에는 마침내 갈 곳을 잃고,

남은 시간이 사라졌으며,

세상의 관계에서 완전히 단절된 자의 절망과 고독이 가득하다.


나의 심장은 두근거린다.

이제야말로 나는 너를 진정으로 죽일 수 있게 되었다.

너는 최고의 사냥감이었고, 그 사실을 온 세상에 자랑해도 좋다.

이제 나는 너를 향해 총을 겨눈다.


그때다.


너는 그 순간 차의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끼이익!


단말마와 함께 나는 튕겨나갔다.

물론 나는 프로다. 그 순간에도 총을 쏠 수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는 속도와 총알이 튕겨나가 너를 관통할 찰나는 차가 내게 충돌할 시간보다 훨씬 빠르고 순간적이다.

그럼에도 나는 피할 수 없었다.


분명히 모든 것을 파괴당했을 네가,

나에게 저항했기 때문이다.


저항은 잃을 것이 있는 자의 행동이다.

저항은 파괴당할 것이 남은 자의 행동이다.

저항은 온전히 살아있는 자의 행동이다.


너는 분명히 그 순간까지 죽었고,

더 이상 파괴당할 것도 없었으며,

잃을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쓰러진 나의 앞에 네가 선다.

나는 흐려진 눈으로 너를 보았다. 나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어떻게?


네가 말한다.

“당신이 나를 추격해 온 사냥꾼입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 말은 이미 틀리다.

방금 전까지 그 말은 사실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말은 온전히 거짓이다.


너는 일어서 돌아섰다.

나는 너를 본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더 이상 중요하지도 않다. 이미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너는 이미 사냥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하나, 둘, 셋.

아직 내가 살아있음을, 숨을 쉴 때마다 나는 느낀다.


동시에 나는 사냥감이었던 자가,

더 이상 사냥감이 아니게 된 이 순간에 대해 전율한다.


숨이 멎기 전,

나는 진심으로 두려움과 희열을 동시에 느낀다.

이제 이 세상은 진짜 사냥꾼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 세계를 사냥할 사냥꾼을.



- 3줄 요약

그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사냥꾼이다.
온 세계의 적을 추격하던 그는, 한 순간 포기를 모르는 사냥감에게 역으로 사냥당한다.
그는 죽음의 순간 희열과 공포를 느낀다. 이 세상이 맞이할 진짜 사냥꾼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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