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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1- 첫 눈에 반했다는 거짓말

웹소설-원포인트 꽁트

by 기신

마법사-1


첫 눈에 반했다는 말은 반쯤은 거짓말이야.


일반적으로 서른이 넘도록 애인을 사귀지 못한 사람을 마법사라고 불러. 어떤 이들은 25세가 넘도록 동정이면 자동으로 마법사가 된다고 비웃기도 해. 가끔 진지한 부류는 TV에 나오는 마술사가 어떤 속임수를 쓰는지 분석하지.


가끔 마법의 세상에 갔으면 좋겠다고 투덜대는 애들도 있어. 혹은 가짜 기적이나 마술에 속아 사기를 당하는 노인들도 있지.


여기서 공통된 전제는 하나야. 마법도, 마법사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지.


나는 마법사야.


사람들이 마법이 아무리 속임수라고 생각하든, 마법사란 마술사나 사기꾼의 다른 말이라고 생각하든 나는 정말 마법사야.


주문을 외워 신기한 일을 벌여.

공방에서 가끔 신비와 비의를 탐구하기 위해 수상쩍은 재료로 실험을 해.
마음이 내키면 빗자루를 타고 서울 시내를 날아다니는 마법사야.

어린 시절, 친구들이 동화 속 마법사에 신기해하고 TV 속 마술사를 가짜라고 비웃었지.

그때 이미 나는 진짜 마법을 부렸어.


마법사와 마법이 뭐냐구?
너희들이 생각하는 거랑 다를걸.
마법은 속임수나 기적이 아니야.
단지 간절히 원하는 소원을 현실에 구현하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마법을 부려. 사람들이 알건, 알지 못하건 길을 걷다 보면 무수한 마법이 일어나는 광경을 볼 수 있어.


예를 들어 시간 내에 학교나 직장에 도달하기 위해 지하철을 향해 뛰어간다고 해볼까?

누구나 어떤 날은 장애물도, 신호등도 막히지 않고 게이트에서도 걸리지 않아 그야말로 지하철 출발 직전에 들어서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걸.


바로 그게 마법이야.
본래 일어나지 않을 일이 간절히 원하는 소망을 통해 현실에 구현돼.

그게 진짜 마법이지.


물론 마법사가 이런 ‘우연’과 구분하기 어려운 마법만 부린다는 말은 아냐.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허공에 불을 피우기도 하고, 잠긴 문을 손 안 대고 열기도 하고, 허공을 계단 밟듯이 걸어 다니기도 해.


단지 어떤 마법이든 근본은 ‘지하철 제시간에 따라잡기’에서 벗어나지 않아.
마법사는 이런 과정을 보통 사람보다 의도적으로, 더 빠르게 일으킬 수 있을 뿐이지.


마법사가 보통 사람과 구분되는 점은 원래는 전혀 달라.

바로 생의 목표야.


마법사는 ‘단 하나’를 추구하는 자야.


인생의 목표 하나 없는 사람 있냐는 불평도 있을 법 하지만 마법사는 보통 사람과 전혀 달라.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여러 가지 목표를 지니고 살아가거든.

돈을 많이 번다거나, 아름다운 애인을 원하거나, 드높은 명성을 추구하거나, 맛난 음식을 찾아 다니거나, 권력을 쥐려고 하는 거 등등 많잖아?

흔한 얘기지.
하지만 이 중에서 ‘단 하나’만 추구하는 자는 극히 드물어.


유일한 목표를 따른다고 말하는 사람도 알고 보면 이것저것 모두를 원하지.


그러나 마법사는 오직 ‘단 하나’만을 추구해.


마법사라고 해서 돈이나 애인이나 명성이나 미식이나 권력 같은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리가 아냐. 그런 것들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아냐.

단지 마법사는 ‘단 하나’가 없다면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뜻이야.
다른 모든 것이 ‘단 하나’를 위해 희생되고 종속되고 버려질 수 있거든.


간혹 보통 사람 중에도 극히 드물게 단지 ‘단 하나’를 추구하는 자들이 있는데 그들은 실로 마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곤 해.

그것 역시 마법이지.


하지만 그들의 생은 대부분의 경우 파괴돼. 그들은 마법사가 아니고, 그렇기에 ‘단 하나’를 추구하고 얻었다 해도 만족할 수 없어. 그들이 본래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닌 탓이지.


하지만 마법사는 ‘단 하나’만을 추구할 수 있고 추구하여 행복해지며 완전해져.

그렇다면 그 ‘단 하나’란 뭘까?


나도 몰라.


백 명의 마법사가 있다면 백 개의 ‘단 하나’가 있어.


모든 마법사는 자신만의 단 하나를 가지지.
그 단 하나가 그에게 다가오기 전까지 세상 누구도 알 수 없어.
단지 단 하나가 아니면 자신의 생이 온전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고 방랑할 뿐이야.


마법사가 마법을 탐구하는 것도 그 때문야. 마법사들은 마법이 소원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기에 궁극의 소원인 ‘단 하나’를 찾는 것도 마법과 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


물론 단 하나가 마법과 별 상관없을 수도 있고 방해가 될 때도 간혹 있어. 그래도 그 때가 오기 전까지는 어차피 아무도 몰라. 달리 할 일도 없으니 마법사는 대부분 마법의 길을 추구하지.

그러다보면 마법에 빠져 만사를 잊기도 하고 단 하나를 평생 만나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있어.

수단인 ‘마법’이 목적인 ‘단 하나’를 먹어치우는 거야.


돈이 사람을 먹는 것처럼.

욕정이 사랑을 파괴하는 것처럼.

시험이 꿈을 대신해 버리는 것처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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