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히

에세이-데이트랜드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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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사라지는 기적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도시의 삶은 바삐 지나가 버린다.

잠시도 멈출 틈도 없고 어느새 하루는 밤이 된다.

아직도 여유를 가질 전망은 보이지 않는 나날이 계속된다.


옛날도 마찬가지라 한 숨의 빈틈도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너무 지쳐 문득 가던 길을 멈추고 정처 없이 걸었던 날이 있었다.

역사에 발을 딛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기차 표를 끊고 어딘지 모를 곳으로 느리게 떠났을 뿐이다.

도착했을 때 이미 해는 지고 돌아올 차편은 멀기만 했다.

망연히 앉아 역사에서 검은 철로를 보았다.


생은 일방향이라 되돌아가지 못한다.

이 길처럼 되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혹은 정신없이 달려가 길의 끝에 다다라 볼 광경은 어떨까.


문득 저 멀리 타고 왔던 기차가 내뿜는 아스라한 소리가 들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질문에 누군가 답을 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 길 끝에 아무것도 없더라도, 누군가 갔던 이와 다시 올 이는 있을 것이다.


어느날, 아득히 사라지는 기적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끝이 오지 않을 것 같은 길도, 한 치의 여백 없는 달림도 결코 의미없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날, 내게 답해준 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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