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사건이 반복되면 자연히 사람은 무감각해진다.
전쟁이 시작된지 60년이 이미 지났다.
이 땅에는 언제든 절멸의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 일도 없을 것처럼 잊고 살아간다.
자극이 지나치면 무감각해지는 탓이다.
생명의 위기와 지독한 재난이 한치 앞을 지나쳐도 무심히 보게 된다.
결국에 진실로 환란이 밀어닥치는 순간에서야 깨닫게 될 뿐이다.
어린 시절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있다.
나라가 뒤흔들리고 목숨이 금전보다 가치없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나날이었다.
고작 몇달만에 커다란 회사들이 문을 닫고 수십만명이 거리로 내몰렸다.
그렇기에 무감각은 위험하다.
다시 밀어닥칠 환란의 순간에 대처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언제나 존재하는 위험에 늘 신경을 곤두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살기 위해 무감각해지는 것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생이 한 번 뿐이라면, 사는 동안만이라도 잊고 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무감해진 스스로를 돌아보며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