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원포인트 꽁트
마법사4
너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이야.
표정도 볼 때 마다 달라졌지만 기분도 만날 때마다 달라져.
여자들은 보통 변덕스러워. 남자들이 그런 것처럼.
하지만 너의 변덕은 사람을 홀릴 정도로 빠르고 다채롭고 화사했어.
갑자기 해외로 여행을 떠난 일도 그랬지.
어느날 갑자기, 열대의 대지로, 불상과 코끼리가 거리를 채우는 나라로 너는 떠나 버렸어.
작은 스터디 모임이었기 때문에 너의 여행은 모두에게 알려졌어.
든 자리는 몰라도 빈 자리는 쉽게 눈에 띄는 법이야.
멋대로 네가 여행을 떠난 후 오히려 나는 너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되었어.
모임에서 재담을 나누거나 공부를 같이 할 때는 없었던 일이야.
일상적으로 이어지던 연락도 완전히 끊어졌지.
너와 나는 아무 관계도 아니니 당연한 일이야.
해외여행 전화비는 크게 들거든.
그렇지만 지구촌 시대에 하루나 이틀이면 전세계 어디든 가고, 전화나 문자도 5초의 로밍만 지나면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시대에 아무 연락도 없다는 것은 역시 불안한 일이지.
웬만하면 연락 한 조각쯤 모임에 던져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
사람의 마음은 이상해서 한 번 이상한 생각이 들면 갈수록 그 생각을 반복 강화하는 경향이 있어.
불안은 심장을 파먹는 이상한 생각 중 하나야.
대체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혹시 사기라도 당한 것은 아닐까?
아무리 남녀평등시대라도 여자 혼자 해외여행을 다니는 일은 위험해. 경계심이나 주의심도 별로 없어 보이던데 밤중에 아무 곳이나 돌아다니지는 않을까? 납치라도 당해서 연락이 끊긴 거 아냐?
불안감이 마음 전체를 가득 채우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어.
이상한 일이야.
한 해에도 수만 명의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죽어.
해외에서 실종되거나 사고로 죽는 이도 수백 단위야.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를 여행 보낼 때는 축하해 주지.
별 상관도 없는 네가 잠깐 이 땅을 떠났다고 걱정하는 것은 넌센스야.
굳이 위험을 따진다 해도 국외가 국내보다 위험하다는 보장이 있을까? 살인, 강도, 강간이 한 해에 몇 건이 일어나더라?
“아브라카다브라.”
결국 나는 주문을 외웠어.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의식을 집중했지.
몸의 구속에서 벗어나 정신이 깃털처럼 가볍게 훨훨 날아가기 시작했어.
유체이탈.
혼을 구성하는 유체를 육신에서 이탈시켜 머나먼 거리를 자유롭게 오가는 마법이야.
유체는 무게도 없고 시공의 제약도 받지 않아.
의식하는 순간 자유로이 허공을 건너 원하는 곳에 다다라.
투명한 나의 유체는 달빛 아래 밤하늘을 날았어.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네가 있을 어딘가로 떠났어.
폭풍이 몰아치고 벼락이 내려치는 하늘도, 뜨거워 몸이 있다면 태워질 듯한 쨍쨍한 햇살도 나를 막지 못해.
네가 있는 곳이 어디든 나는 그곳에 갈 수 있어.
다름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침내 네가 있는 곳에 다다랐을 때 나는 기가 막혀 헛웃음을 터뜨렸어.
물론 유체가 아닌 이상 듣지 못할 웃음소리기는 해.
너는 놀고 있었어.
마치 소녀라도 된 것처럼.
코끼리의 코를 잡아당기기도 했고 불상과 왕궁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지.
“와, 신기해!”
너의 입술에서 가장 많이 떨어져 나왔던 말이야.
전혀 처음 보는 광경, 처음 겪는 상황에 너는 두려움 대신 호기심을 느꼈어.
어떤 사람을 만나든 너는 당황하기보다 궁금해 했고, 직접 경험하거나 이야기를 듣지 않고는 못 배겼어.
짧은 영어로 현지인에게 이것저것 묻는 광경은 귀엽기까지 했어.
너의 발걸음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멈췄어.
숙소로 돌아온 너는 창가에서 한참 떨어져 앉아 멀리서 별빛을 하염없이 보았지.
지금까지 걱정했던 게 화가 나 나는 너의 볼을 꼬집어 버렸어.
그때 문득 네가 울었어.
눈물이 한 방울 뺨 위를 호선을 그리며 떨어지더라.
유체가 꼬집는다고 아플 리 없어.
그저 바람 한 조각 지난 것처럼 느껴질 뿐이야.
그런데 왜 너는 운 것일까.
나는 네가 떠난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것처럼 운 이유도 알 수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