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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5-‘나’를 ‘나’ 답게 만드는 것

웹소설-원포인트 꽁트

by 기신

마법사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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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한 후에 너는 내게 가볍게 연락했어. 언제나처럼 경쾌한 목소리였지.


“스터디 복귀하려구. 아직 내 자리 남아있지?”

아마 내가 그때 만나자고 말한 것은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일 거야.

“잠깐 보자. 간만에 온 건데 어떻게 지냈나 이야기도 하고.”
“응? 그거 밥 사겠다는 소리야? 나, 밥에 약한데.”
“물론이지. 법학 물어볼 것도 있어.”

그러나 너를 만났을 때 법 따위는 머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어.

너는 언제나 그렇듯 먼저 기습을 해왔지.

“뭐야, 선물 없어? 깔깔!”

해외를 다녀온 사람이 기념품 사오는 게 보통의 예의지만 나는 원래 돌발상황과 기습에 약해.

“선물? 어, 그러니까……. ‘당연히 준비했지’, 물론.”

주문이 꼭 ‘아브라’ 어쩌구일 필요는 없어.
언제 어떤 말에든 의지와 염원을 담아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게 마법사야.

나는 손짓 한 번에 등 뒤에서 장미 한 다발을 꺼내들 수 있을만큼 능숙한 마법사이기도 해.


너는 눈을 흠칫 뜨더니 피식 웃어버렸어.
예상했던 반응은 아니었어.


“어머, 예전엔 남친한테서도 받아본 적 없어.”
“남친에게? 대체 어떤 애들을 사귀었길래 꽃다발 하나 안 주냐?”
“그러게? 아, 헤어지기 전에 장미 한 송이는 받아봤어.”


너는 마치 숨김없이 이야기를 꺼내는 듯 하면서도 중요한 이야기는 슬쩍 숨기는 재주를 지녔지. 그날 밤 나는 24시간 커피집에서 커피를 부으며 너의 이야기를 들었어.
착했던 첫 남자친구, 나빴던 두 번째 남자, 심심풀이로 만났던 남자들.


흔한 이야기였지.
네가 이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하지만 한 사람도 날 ‘나’로 있게 해주는 사람이 없었어.”


‘나’를 ‘나’ 답게 만드는 것.


졸린 눈을 비비며 이야기를 들어주던 나는 눈을 크게 떴어. 바로 그거야.
내가 너에게 흥미를 느꼈던 이유가 드러나는 순간이었어.

네가 가진 재질이, 네가 가진 표정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어.


사람들은 많은 것을 원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잊고 살아가.

자기 자신답게 살아간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자신답게 살아갈 때 가장 빛난다는 것을,

그래야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고 가장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면서도 몰라.
그러나 너는 알고 있어. 진실로.


“넌 뭘 찾고 있는데?”
“나? 내가 원하는 거? 몰라. 하지만 한 사람만 있으면 돼. 다른 건 필요없어. 돈도, 지위도, 다른 그 뭣도.”
“한 사람?”


너는 눈을 깜박였지.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나를 나답게 내버려두고 지켜주는 사람. 나를 자유롭게, 구속하지 않고 나만 보는 사람. 내가 원하고, 나만 원하는 사람. 평생토록. 그런 단 한 사람.”


단 하나.
그렇게 말하는 여자는 많아.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여자는 한 둘이 아니야.


그러나 진정으로 단 하나만을 원하는 여자는 드물어.

남자가 그런 것처럼.


사람들은 조건과 배경, 다른 모든 것을 전제하고 진정한 사랑을 꿈꿔.

그러나 너는 단 하나만을 진실로 원했어.
물론 어린 생각일 수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가지는 유치한 감정일수도, 단지 벼덕 심한 한 때의 기분일 수도 있어.


그러나 그 순간 너는 진실로 ‘단 하나’만을 원했어.

마법사가 그런 것처럼.


“아직 옛 남자 다 잊어버린 건 아니지만.”


너는 슬쩍 표정을 흐렸어. 혼자 축 쳐져 있는 강아지 같아 애처로웠어.

너의 눈이 커졌다 싶었을 때 너는 다시 한 번 기습했지.
입술은 부드러웠어.


“이건 키스는 아냐. 그냥 뽀뽀지.”


여자들은 선 긋기를 좋아해.

단계 나누기도 즐겨.


키스와 뽀뽀는 엄연히 여자들에게 달라.

하는 대상도, 감정도, 느낌도 다르지.


프렌치 키스라도 해야 키스로 인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관뒀어.


언제나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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