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

에세이-데이트랜드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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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를 이룬 것은 언젠가 스러진다.


시원의 시점에는 시간도, 공간도 없었다고 한다.

아무도 이유를 아직 알지 못하지만, 모든 만상이 특이점 속에 가능성으로 집약되어 있었을 뿐이다.

최초의 형태가 이루어진 것은 그 가능성이 처음 하나의 구조를 이룬 순간이다.


그때 나타난 것은 아마도 '차이'가 아니었을까.

만상이 가능성으로 동일했을 최초의 순간에 시간과 공간을 이루고, 물질과 비물질을 나누며, 지금에 이른 것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 형태를 이룬 것들은 다른 것과의 구분을 통해 그 형상을 유지한다.


하지만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기 마련이다.

다름으로 발생한 만상은 다시 같음으로 돌아가는 게 필연일까.

형태를 이룬 모든 것은 언젠가 스러져 차이를 잃는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이 세상의 덧없음을 노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스러지는 가을 낙엽을 보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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