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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Jul 19. 2018

비겁한

에세이-데이트랜드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는 일은 항상 어려운 일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배웠다.

살다보면 내가 계란이고 맞서야 할 상대가 바위인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부딪쳤다면 이미 바스라져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물러나거나 돌아서 갈 때마다 마음 한 켠에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누군가 대신 바위와 맞서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된다.

세상은 견고해 결코 쉽게 바뀌지 않아 대부분 계란처럼 깨지고 부서져 사라지곤 한다.


그런 이들을 비웃는 얼굴이 항상 있다.

어리석고 모자란 짓을 한다며 외면하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특별히 무모하거나 어리석어 앞장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에 떨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나서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물음을 던지면 아무도 하지 않아 나섰다는 답을 듣게 된다.

결국에 스러져 먼저 희생당하는 이들도 그들이다.


그럼에도 아주 간혹 세상이 바뀔 때가 있다.

마치 우연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누군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세상과 맞서다 깨지고 스러지며 남긴 자국과 흔적이 마침내 바위를 부순 것이다.


문득 바뀌지 않는 세상 앞에 서서,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는 이들을 기억한다.


비겁한 삶을 연명하는 것의 슬픔을 또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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