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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Jul 20. 2018

피로

에세이-데이트랜드

항상 피로가 마음을 짓누른다.


평안히 잠들어본지 오래되었다.

학교를 다니든 직장을 다니든 아침에 가야 하는 곳이 있을 때 평안한 잠은 오지 않는다.

아침이 오기를 갈망하기보다 밤이 끝나지 않기를 원하게 된다.


몸의 피로가 누적되기 이전에 마음의 피로가 먼저 다가온다.

움직이고 싶지 않아도 움직여야 하고,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며,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생각해야 한다.

강요된 의무가 몸과 마음을 짓밟아 버린다.


언젠가 이 평생의 멍에처럼 오가는 피로가 떨어져 나갈 날은 올까.

어쩌면 죽을 때까지 피로와 함께 해야 하는 게 삶일지도 모른다.

주어진 과업을 하나씩 해나가다 끝나버리곤 하는 생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피로는 또한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무언가 하고 있고 임무가 주어졌으며 이 세상에 한 켠을 맡아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가끔은 그 과정 속에서 잠시 빈틈이 주어져 피로를 씻을 기회도 온다.


태고의 시절부터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달렸고 일했고 싸워왔다.

피로는 당연히 수반되는 일이었고 구태여 힘들다고 여기지도 않았다.

공기를 호흡하고 물을 마시며 밥을 먹는 일을 힘들다고 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음을 짓누르는 피로는 달가운 동반자는 아닐 것이다.


오늘도 피로와 함께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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