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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Jul 26. 2018

망신

에세이-데이트랜드

누군가에게 준 망신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사람은 타인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기를 즐긴다.

태고적 조상들이 관계의 효용을 깨닫게 된 순간부터 인간은 누군가의 위에 서기 위해 애써왔다.

세상의 거대한 그림자에 짓눌릴 티끌 같은 우리가 타인과 손을 잡고 어깨 위에 오를 때 거대해지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주인을 원하며 타인의 희생을 바랄 뿐이다.

아무런 토대가 없던 시절 서로 분쟁을 벌이고 노예로 삼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문명이 건설되고 협력을 통해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이 시대에도 그때의 유산은 남아있다.


누군가를 망신 준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자신이 그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타인과 세상과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타인의 위에 있을 수는 없고 누군가는 당신보다 우위에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타인을 망신주며 살아가게 된다.

또한 타인에게 망신당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이 우위에 서기 위한 다툼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원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다.

지금보다도 티끌 같았을 태고의 선조들에게 어떤 우위와 열등이 있었을까?

단지 맹수와 재해를 피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손을 잡았을 뿐일 것이다.


누군가를 망신주고 싶을 때, 잠시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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