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누군가를 위해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귀한 일이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나 자기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게 먼저다.
세상에 던져진 삶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유전자로부터 새겨진 본능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타인을 위해 삶의 중요한 시간과 노력을 쓰는 이들이 있다.
자신에게 주어져야 할 것들을 뒤로 한 채 먼 세상으로 나아가 봉사하며 때로 삶조차 바치는 이들도 간혹 있다.
본능을 이기고 누군가를 위해 한정된 삶의 한 조각을 쓰는 이들이다.
그들을 위선자라 부르는 이도 있고, 때로 타락하는 사람도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때로 자기 만족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는 시선도 많다.
그렇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그들의 생을 설명할 수 있을까.
태고에 인간이 처음 타인의 손을 잡은 이래, 사람은 이기심이든 필요에 의해서든 타인과의 유대와 협력을 통해 움직여 왔다.
시초의 고원에서 이 지구 전체로 퍼져온 인류의 행보는 손을 잡는 일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 별 전체가 인간의 무대가 된 지금 사람의 거리는 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은 더욱 많아졌다.
문명이 발달하고 시대의 흐름이 빨라질수록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을 두기 어렵다.
그 사이 우리는 아주 가까이에서 알지 못했던 고통과, 외면했던 비극과, 생각보다 근접한 죽음을 지나쳐간다.
크든 작든 자신과 상관있든 상관없든, 다른 이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은 이런 삶을 직시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헌신하는 이들은 태고의 옛 시절, 고원에서 처음 사람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이들의 진정한 후예다.
한갓 짐승에 불과했던 존재를 ‘사람’으로 만든 거인들의 재현이기도 하다.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행동으로 보일 수는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이들이 있음을 잠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