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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Jul 30. 2018

쪽지

에세이-데이트랜드

어느 날, 옛날에 적어두었던 쪽지를 보았다.


어린 시절, 아직 문자나 메시지를 보내는 기기가 없을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서로 의사소통을 할 때 학생들은 주로 쪽지를 주고 받곤 했다.

그 시절 수업의 지루함과 애틋한 마음을 이기는 몇 안 되는 수단 중 하나였다.


쪽지에 적힌 이름과 서투른 글씨가 옛 시절을 돌이키게 만든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나날의 일을 문득 떠올리며 회상하게 된다.

당시에 함께 했던 친구들과 싸웠던 같은 공간의 아이들을 떠올린다.


아마도 세월이 흐른 지금, 그들도 과거를 돌이킬 틈조차 없이 살아가는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 생을 연명하는 것에 겨워 삶에 지쳐버린 이들도 있을지 모르고, 어쩌면 알지 못하는 사이 벌써 삶을 마감한 이도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걱정보다 그 날의 지루함을 어떻게 없앨까 고민하던 시절을 작은 흔적이 증거한다.


잊었다고 과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옛날에는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지금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

이 쪽지를 적을 때 있었던 일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생각한다.


어린 시절, 지루하기만 하던 수업의 한 낮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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