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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Aug 01. 2018

무서움

에세이-데이트랜드

누구든 무서워하는 존재가 있다.


어린 시절, 비디오테이프라는 매체가 있었다.

테이프로 만화나 영화를 보게 될 때 옛날 사람들은 호환과 마마, 전쟁을 두려워했다는 이야기가 흐르곤 했다.

옛 시절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난이었을 것이라 막연히 여겼다.


세월이 흘러 더 이상 호랑이는 없고 전염병도 그리 큰 재난은 아니며 단지 전쟁을 뉴스로 보며 걱정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지금도 무서움에 떨게 만드는 존재는 항상 있다.

지금의 삶을 유지하지 못하게 할 경쟁이다.


하루의 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조금이라도 밀리면 언제든 현대 문명인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

도심의 대로를 걷다 문득 건물 한 켠에 숨어 잠을 자는 이도 한때는 경쟁의 대열을 달리던 이들 중 하나다.


요컨대 무서움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찾아온다.

옛 시절 자연재해와 질병, 전쟁은 실로 나랏님조차 통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날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의 질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재난은 통제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삶에 있어 단 하나의 명백한 진실이 있다.

결국 우리는 이 생을 걸어가다 마지막을 맞이할 것이며 그 끝은 본래 우리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뜻으로 목숨을 끊는다 해도 예측하지 못한 고통과 삶의 연장이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렇기에 우리는 너무나 당연한 무서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지배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생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며, 끝은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온다.

무서움의 대상인 모든 것들은 우리의 끝과 함께 무의미해질 것들에 불과하다.


다만 공포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삶의 두려움 앞에서 한 가닥 길을 찾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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