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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Aug 07. 2018

소속

에세이-데이트랜드

어느 날, 내전에 휩싸인 먼 나라의 이야기를 보았다.


누구나 어딘가에 소속되어 살아간다.

대부분 가족이나, 조직이나, 혹은 국가 속에 속하여 살아가는 것이 삶의 전부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소속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삶에서 찾아올 때가 있다.


전쟁이 시작된 순간부터 그때까지 부여되어 온 많은 것이 사라진다.

가족은 죽음과 감금, 이산을 통해 쪼개지고, 조직은 서로 다른 종교와 지연에 의해 사라지며, 국가는 서로 적이 된 구성원들에 의해 소멸된다.

마치 시원의 순간부터 존재해온 것처럼 착각하기 쉬운 당신의 ‘소속’이 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강제로 보게 된다.


이 세상에 던져진 이래 우리가 소속되어 온 모든 곳은 단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살아가는 어떤 순간이든 찾아올 수 있는 일에 불과하다.

당신이 삶의 소중한 시간을 소모하며 애정과 노력을 기울여온 순간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생에 유일하게 확정된 진실은 태어나 살다가 죽는다는 경로다.

경로가 끝날 때까지 어떤 길을 걷고, 어떤 행동을 하며, 어떻게 생각할지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소속되어 있는 모든 공동체의 결정은 당신의 인생에서 단지 한 부분에 불과하다.


오직 당신의 선택만이 생에서 실존하는 모든 것이다.

그럼에도 소속이 사라져버린 순간의 비극이 없을 수는 없다.

쌓아온 모든 것이 같이 사라지는 일은 처참한 일이다.


어느 날, 내전에 휩싸인 먼 나라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보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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