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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Aug 06. 2018

무의미

에세이-데이트랜드

생은 무의미를 견뎌내는 것이다.


세상에 눈을 뜬 순간 우리는 모두 알게 된다.

이곳에 서서 살아가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태어난 이유가 우연이듯이 살아가는 모든 순간도 우연에 좌우된다.


결국 생에 부여된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부모나 혹은 선조 중 한 사람만 만나지 못했더라도 당신은 이곳에 태어나지 않았다.

이 땅 위에 태어나 걸어온 모든 여정에 꼭 있었어야만 하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다.


당신이 만난 사람, 당신이 해온 일들, 당신이 살아온 과정은 이런 무의미 속에서 이루어져 왔다.

반대로 그렇기에 이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 뿐이다.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듯 주어진 의미가 없기에 의미를 그려낼 수 있다.


태어나 살아오며 주입되어 온 ‘의미’가 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사람에게 주어지는 숙명이다.

지켜야할 도덕도, 규율도, 의무도 결국 만들어낸 것일 뿐 실존하지 않는다.

이를 알게 된 때로부터 인간은 무의미의 벼랑 끝에 선 자신을 본다.


그 순간 이 세상이 얼마나 위태롭고 얇은 편견과 생각의 공유로 이루어져 있는지 직시할 수 밖에 없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며 걷고 싶지 않아도 살아가기 위해서는 걸어야 한다.

이 무의미한 삶을 견디기 위해 우리는 의미를 부여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옛 선인들은 삶을 고통이라고 보았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무의미한 생을 견디며 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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