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신 Aug 14. 2018

초대

에세이-데이트랜드

다른 세상으로 초대되는 그 순간은 항상 설렌다.


이 세상의 시간과 공간은 모두 구획되어 있다.

아주 오래 전 공백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을 때부터 세계는 자신의 것과 남의 것으로 나뉘었다.

타인이 소유한 장소는 전혀 다른 세계와 같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서로 다른 곳을 차지하고 들어가서 얻어내기 위해 인간은 늘 싸워왔다.

만족함을 모르고 항상 부족하다 욕심을 부리며 더 많이, 더 높이, 더 크게 얻기를 원했다.

이 별 위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사람이 짊어져야 할 업이다.


하지만 경험과 지혜와 후회가 쌓이며 사람은 서로 양보할 줄 아는 미덕을 얻게 되었다.

오늘날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며 원하는 것을 거래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사이에서 우리는 타인을 위해 ‘문’을 열 수 있다.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원했고 노력하여 얻어낸 소중한 유산이다.


당신이 아주 심상하게 받는 ‘초대장’에는 바로 그런 세월이 쌓여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여백을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놀라운 순간이다.

다른 사람의 세상에 문을 열어 들어서고, 혹은 자신의 세상에 다른 이를 들이는 과정을 통해 공백 없는 세상에 잠시 틈을 내는 것이다.


단지 작은 종이나 가벼운 말에 불과해 보이는 초대 속에 숨은 사람의 역사다.


오늘 받은 초대장을 보며 즐겁게 발을 내딛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죄책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