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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Aug 16. 2018

누군가는

에세이-데이트랜드

누군가는 반드시 당신에게 손을 내민다.


살아가며 모두가 자신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이 세상은 생각보다 냉혹해 ‘타인’을 짓밟으며 유지된다.

어디로 가든 자신과 다르다고 여겨지는 이를 압제하며 자주 괴롭히고 가끔 죽이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당신이 태어난 것에 필연적인 이유가 없듯이 세상이 타인에게 냉혹한 것에도 운명적인 원인은 없다.

수십억년 전 우연한 계기로 이 별이 거대한 충돌 속에서 생겨났듯이 자신이 아닌 자에게 비정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것도 우연히 시작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처음 생명이 태어난 그 순간부터 다른 존재는 잡아먹어야 할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서로 손을 맞잡으며 태고의 원시에서 출발한 존재다.

우리는 서로 죽이고 괴롭히고 지배하며 살아온 조상의 후예지만, 동시에 서로 어깨를 기대고 협동하며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던 선조의 자손이기도 하다.

좋든 싫든 인간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태고로부터 내려온 규범과 혈맥과 본능 속에는 서로 손을 맞잡게 하는 무언가가 남아있다.

때로 당신을 해치는 것만 가득해 보이는 이 세상 어딘가에는 반드시 내밀 손이 숨어있다.

필연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확률적으로 나타나게 될 누군가다.


단지 그때까지 당신이 버텨내야만 한다.


이 생은 생각보다 길고 끝이 도래할 때까지 기회는 있다.

수없이 많은 갈림길이 우리의 앞에 나타나며 선택의 순간은 어떤 형태로든 주어진다.

그때 당신에게 손을 내밀 사람도 어딘가에는 있다.


문득 혼자라는 생각이 스스로를 괴롭힐 때, 홀로 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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