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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Sep 04. 2018

황혼

에세이-데이트랜드

어느새 황혼의 시간이 다가온다.


모든 시작에는 끝이 존재하며, 해가 뜨면 질 때가 찾아오고, 생에는 반드시 죽음이 기다린다.

이 별이 거대한 충돌로 형성되고 생명이 우연히 탄생한 이래 억겁의 세월 동안 존재하는 이는 모두 해가 지고 뜨는 것을 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의미를 태고의 선조 누군가가 깨닫기 전까지 이는 아무 의미도 없는 변화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시간의 흐름을 인류가 깨닫게 된 이래 황혼은 새벽과 함께 특별한 의미를 지녀왔다.

한 주기가 끝나기 직전의 순간, 노을이 서녘을 물들일 때 사람은 무언가 마지막에 다다른 착각에 휩싸인다.

해가 진다고 끝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예정된 종말의 시간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실로 오래 전부터 밤은 두려움의 상징이었고 낮은 움직임의 시간이었다.

황혼은 소멸과 멸망과 죽음을 예고하는 순간이며, 혹시 찾아올지 모를 재난을 품은 찰나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반대로 휴식을 예고하는 광경이기도 하다.


때문에 사람은 황혼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두려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낀다.

생에서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진실이 이 시간에 집약되어 있는 탓이기도 하다.

당신이 황혼의 순간에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을 갖게 되는 이유다.


어느새 다가온 황혼의 시간 앞에서 숭고의 감정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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