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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Sep 03. 2018

이질감

에세이-데이트랜드

문득 생경한 기분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


우리는 아주 익숙한 일상과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곤 한다.

태어나 자라온 곳의 언어와 관습과 교육 속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자연스레 구분하며 동질감 속에 살아간다.

그런데 문득 기이한 이질감이 당신을 사로잡는 순간이 찾아와 버린다.


알고 보면 이 세상에 우리는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과 같다는 기분이다.

살아야 할 필연적인 이유 따위는 없고 단지 우연히 태어났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숨쉬는 공기도, 걷고 있는 땅도, 함께하는 가족도 어쩌면 아무 관계 없는 이질적인 존재에 불과하다는 진실에 직면한다.


‘하나’라고 여겼던 모든 것은 사실은 자신과 다른 무언가다.

어딘가에 속해 있거나 함께 한다는 생각은 어떤 의미에서 착각에 불과하다.

우리는 홀로 태어나 이질적인 이들과 함께 살아가다 죽는다.


그럼에도 변치 않는 진실이 있다.

이 이질감과 상관없이 우리는 함께 존재해왔고 살아가며 죽어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여기, 이곳에 당신은 전혀 다른 생경한 존재들과 함께 하고 있다.


불현듯 다시 떠오른 생경한 생의 본질에 잠시 마음을 추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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