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원포인트 꽁트
마법사-8
스터디가 끝났어.
법학의 시간도 끝났어.
나는 스터디를 같이 했던 이들과 가볍게 덕담을 나눴고 너도 언제나처럼 재담을 떨었지.
우리는 원래대로 되돌아갔어.
처음 보았을 때처럼, 그 전에 보지 않았던 사람들처럼.
마지막 시간이 끝났어.
나는 사람들과 헤어지고 신호등 앞에 섰어.
차들은 시끄럽고 도로는 광활했지.
빨간색, 파란색, 주황색에 맞춰 차가 움직이고 사람이 멈춰.
세상은 이전과 똑같이 흘러가고 나는 여전히 단 하나를 찾지 못했어.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어.
그때 네가 내 앞에 다가와 빤히 보았어.
처음 본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실례지만 나는 그 말을 꺼낼 수 없었어.
한 번 만났던 사람은 더 이상 만나기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법이야.
네가 물었지.
“마법사가 무슨 소리야?”
아주 위험한 질문이야.
한 번 마법과 마법사에 대해 진실을 알게 된 사람은 다시 되돌아갈 수 없어.
단순히 마법이 비밀이라는 게 문제가 아니야.
눈앞의 일상이 거짓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가 아니야.
마법을 흠모하게 되고 단 하나만을 추구하는 삶을 동경하게 되는 게 가장 큰 문제야.
보통 사람은 결코 단 하나만을 추구하며 살 수 없거든.
하지만 너는 다르지. 자질이 있으니까.
“진짜 마법사 얘기야. 마법을 부리고 기이한 일을 행하는 그런 마법사.”
너는 황당한 표정이 되더니 입술을 삐죽 내밀었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지금 나 놀려? 그래서 내가 진짜 마법을 부릴 재능이 있다구? 해리포터나 요술공주 밍키에 나오는 그런 마법사처럼? 바보 같아! 그런 게 세상에 어딨어?”
설명이 아무래도 부족했던 모양이야.
하지만 마법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강의하는 것은 내 취향이 아냐. 선인들도 말했잖아?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느니만 못하느니라.
그렇다고 사방이 차와 사람으로 가득한 이런 공개된 자리에서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닐 수도 없고, 유체이탈은 사람 눈에 보이지 않으며, 선인장과 꽃을 만들어내는 술수 따위는 충격을 주기 어렵지.
법학만 공부해왔는데도 상상력이 풍부한 이 괴짜 아가씨에게 걸맞는 수법이 필요했어.
“그럼 마법을 보여줄게.”
“뭐?”
나는 웃으며 방금 생각해낸 주문을 외웠어.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행복추구권. 헌법 제10조 후단을 재조합한 주문이야.
주문은 단지 말에 불과해.
주문이 마법이 되기 위해서는 의지와 염원이 강렬하게 작용해야 해.
모든 사람이 행복을 추구한다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고 광범위해서 제대로 효과를 내기 어려워.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너는 비웃었지.
“뭐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 행복을 추구할 권리? 웃긴다.”
나는 물었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나쁜 거야?”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네가 나한테 장난쳤다는 게 문제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나쁜 거야?”
“아니, 그게 대체 무슨……. 뭐, 좋아. 나쁘지 않아. 하지만 추구한다고 행복해져? 아니잖아.”
너의 눈이 흐려졌어. 나는 너의 흐려진 눈을 보며 웃었지.
“당신도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
너는 흐려진 눈을 깜박였지.
그때 하늘에서 하얀 꽃 한 송이가 떨어져 내렸어.
너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어.
새파란 하늘이 어느새 흐려지고 시야 전체가 하얗게 물들어 버리지.
“첫……눈?”
그때 첫 눈이 내렸지.
회색의 도시 위로 하얀 눈이 내렸어.
반할 만큼 아름다운 첫 눈이야.
온 사방이 새하얗게 피어나고 회색의 아스팔트가 순백의 비단에 휘감겨.
모든 것이 순수해지고 또 순결하게 정화되는 시간이야.
아마 이 눈은 모두에게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닐 거야.
어떤 사람은 내일 아침 치워야 할 눈을 생각하며 짜증을 낼 테고, 어떤 사람은 당장 새차할 생각을 하며 기막혀 할지도 몰라.
누군가는 갑자기 내릴 기온에 추위에 떨 수도 있지.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너는 어떨까.
“눈이다!”
너는 탄성을 터뜨리며 폴짝폴짝 뛰어다니기 시작했어.
마치 강아지 한 마리가 눈에 발이 시려 신나게 쏘다니는 모습을 연상하게 했어.
혼자 내버려두면 안 되는 강아지.
무엇 하나에 열중하면 그것 밖에 모르는 강아지.
문득 새하얀 눈을 두른 네가 멈췄어.
너는 나를 돌아보며 고개를 기울이며 빤히 쳐다보았어.
언제나 그렇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든 다음 보는 사람이든 빤히 쳐다보는 것은 상식 속에서 실례야.
너는 웃었어
“고마워.”
나는 그때 내가 ‘첫 눈’에 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아직 내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