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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7-도심의 빗자루

웹소설-원포인트 꽁트

by 기신

마법사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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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를 타고 도심을 질주하는 것은 이럴 때 유용해.
원래 마법사들이 날아다닐 때 이용하는 것은 지팡이야.

빗자루는 기능도 부족하고 효과적으로 쓰기 어려운 물건이지.


다만 현대 사회는 지팡이를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회가 아니거든.

그래서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빗자루를 대용품으로 사용할 뿐야.


“아브라카다브라.”


간만에 산 새 빗자루를 타고 나는 허공으로 떠올랐어.

빗자루 하나에 의지해 하늘로 떠오르는 이 기분은 만끽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지.


아주 불안하고, 무척 위태롭지만, 또한 흥분이 머리끝을 적셔.

차라리 양탄자가 편하다고 지껄이는 마법사도 있지.

하지만 그런 이들은 속도감을 평생 제대로 느끼지 못하다 죽는 자들에 불과해.


속도는 누가 뭐래도 빗자루야.


나는 속도를 냈어.

비가 바람에 펄럭이고 밤공기가 화살처럼 뺨에 부딪쳐 왔어.

도심을 빗자루로 질주할 때 등골은 짜릿함으로 미칠 듯 서늘해져.

도로를 자동차로 질주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어.


건물과 건물 사이를, 도로와 도로 사이를, 창공에서 지면 부근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어디든지 날아다닐 때 마법사는 어떤 것에서든 벗어난 자유를 느껴.

나는 그 순간 완전한 자유야.


물론 착각이지.
자유로운 자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어.


우선 손과 양 다리에 끼고 있는 이 커다란 빗자루에 얽매어 있는 게 나야.

하지만 적어도 착각에는 빠져 있을 수 있잖아.

그게 아니라도 공중을 빗자루 하나 타고 날아다니는 기분은 시원한 밤바람만큼이나 상쾌해.
마음 속 응어리가 일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아.


그러다 너를 보았어.


서울 전체를 헤집고 다녔으니 네가 있는 곳도 한 번쯤 지날 법 해.

하지만 하필 네가 사는 집 근처를 지난 것은 내 생각이 완전히 너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일지도 몰라.
김유신은 제멋대로 천관에게 향한 말을 베었다는데 나는 이 빗자루를 베어야 할까?

너의 집 불은 밤새도록 켜져 있었어.
하지만 너는 집 안에 없었지.

근처의 카페로 나와 남자들과 식당과 카페를 오가며 노닥거렸어.


남자가 바뀔 때마다 너는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처음 그를 만나는 것처럼 신나게 떠들었어.

어떤 사람은 같이 잘 떠들었고, 어떤 사람은 멋지게 보였으며, 어떤 사람은 이해심이 깊어보였지.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너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졌어.

신나게 놀고, 재담을 나누고, 이해해줄 듯한 사람을 만나도 너는 밝아지지 못했어.

어딘가 텅 비어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공허를 견딜 수 없는 것처럼 보였어.


밤새도록 켜져 있던 집으로 들어가 너는 창밖을 보았어.

창문은 열지 않은 채로.


무엇을 찾고 있을까.
나는 그게 궁금했어. 아마도 내가 전화를 건 것은 단지 그 때문일 거야.


“뭘 찾고 있어?”


두서도 없이 꺼낸 말이었지만 너는 알아들었어.


“글쎄……, 아마 사람?”
“사람?”
“날 참아주고, 내가 귀여워할 수 있고, 나랑 놀아줄 시간 많은 남자랑 만나고 싶어. 결혼하고 싶어. 날 잡고 싶고 날 멈추게 하고 싶어.”


하지만 그런 남자들이라면 너의 주위에 수도 없이 많았어.

마치 너 혼자만 모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너는 그 남자들을 한 번씩 만나고는 더 이상 만나지 않곤 했어.

결국 나도 모르게 속에 품고 있던 말이 튀어나와 버렸어.


“너야말로 ‘단 하나’가 필요한 사람이구나.”
“뭐?”
“뭘 찾든 상관없어. 남자? 시험? 네가 필요한 건 그게 아냐. 네가 바라는 진짜 ‘단 하나’지.”


말은 언제나 꺼낸 뒤에 후회를 불러와.
이 말은 마법사들에게나 꺼낼 이야기지 보통 사람의 세상에서 꺼낼 말이 아니야.

하지만 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면서 단 하나를 찾아다니고 있었어.


말해주지 않는다면 그것도 나중에 후회할 일이 될 것 같았어.
너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지.


“난 안 그래도 행복해질 수 있어!”


허공에서 나도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어.


“불가능해. 그럴 수 있는 사람도 있지. 아마 많을 걸. 세상 대부분이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넌 아냐.”
“왜? 내가 왜? 왜 나만 못해?”
“넌 ‘마법사’의 자질을 가졌으니까.”


너는 입을 다물었지.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했는지 눈만 깜박깜박 거렸어.

나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지.

허공에서 돌아서 하늘을 달렸지.


너의 집 불은 꺼지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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