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신 Sep 20. 2018

경쟁자

에세이-데이트랜드

세상은 경쟁자와 충돌하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이 세계는 생각보다 공백이 드물다.

아주 오랜 옛날, 사람이 별로 없을 때도 지구 위에는 수많은 생물이 가득했다.

사람의 기록은 수없이 많은 충돌과 다툼 속에서 자신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나가던 과정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세상이 된 이 지구 위에서도 여전히 경쟁은 벌어진다.

공백을 찾기 어려운 한정된 시공간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고 소유하며 배제할지 결정하기 위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경쟁과 대결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시달리다 보면 사람이 미워지고 아무도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제까지 부딪쳐 온 경쟁자가 소멸하는 게 생의 목표라고 착각하게 될 때마저 있다.

그럼에도 가끔 길 위를 걷다 외로워질 때가 찾아온다.


결국 이 던져진 세계에서 외롭게 걷다가 죽는 똑같은 운명을 지닌 존재들이다.

단지 누가 더 먼저 그 길 위를 달릴지 아등바등 겨루며 다투고 있을 뿐이다.

홀로 마지막 순간을 견뎌내야 하는 것은 어떤 이든 마찬가지다.


제왕의 무덤은 거대하지만 시신이 차지하는 공간은 한 줌에 불과하다.

그 어떤 격렬한 삶을 살았더라도 마침내 흙이 되어 이 지구로 돌아갈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서로 파멸시키기 위해 싸우는 경쟁자의 사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은 결국 경쟁자와 충돌하면서도, 함께 걸어가며 살 수 밖에 없는 공간이다.


문득 상대를 꺾기 위해 애쓰다 스스로를 돌아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