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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Oct 01. 2018

기분

에세이-데이트랜드

하루의 기분이 묘하게도 모든 일을 쥐고 흔들곤 한다.


항상 사람의 감정은 두뇌와 육체가 세상과 교감을 이루며 발생한다.

단지 머릿속에서 일어난 작은 화학 반응이 때로 세상을 뒤흔들 일로 번져나가기도 한다.

때로 기분에 따라 결정한 일이 두 사람의 관계를 파탄내며, 공동체의 방향을 바꿔 버리고,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옛날 차가운 전쟁이 벌어지던 시절의 일이다.

그때 핵가방을 든 비서들은 큰 나라의 지도자가 술에 취한 채 가방을 가져오라 할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 기분에 따라 세계가 멸망해버릴 수도 있었던 셈이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드는 마음의 상태가 사람의 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증거 중 하나다.

애석하게도 기분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 약을 처방하고, 심리적 상담을 받으며, 전통적인 종교에 의지하는 모든 일이 기분을 다잡고 흔들리는 마음에 중심을 세우기 위함이다.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뜻대로 통제되지 않는다.

널뛰는 야생마와 같아 평생을 들여도 길들이기 쉽지 않은 게 사람의 기분이다.

가끔 기분을 통제할 필요가 없는 위치에 있다고 믿는 이들이 내키는대로 행동하는 것을 보면 두렵기까지 하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원하는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기분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자신이 행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는 뜻이다.

그 상황이 초래할 결과는 얼마나 심대할까.


문득 쌓였던 울분을 토해내고 싶은 하루, 잠시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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