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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Sep 27. 2018

반복되는

에세이-데이트랜드

때로 삶에서 반복되는 순간이 있다.


언젠가 아주 오래 전 보았던 광경이 다시 눈앞에 펼쳐질 때가 있다.

이 세상은 급격히 변하는 것 같아도 실은 너무 커서 생각보다 변하지 않는다.

특히 사람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모양을 지녔다.


옛날에 직면했던 상황과 비슷한 장소, 비슷한 환경, 비슷한 사람과 마주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끔 새롭게 시작한 연애가, 다시 마주치는 거래처가, 혹은 갑자기 맞닥뜨린 절망이 그럴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옛 시절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사람이 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그럴 때면 깨닫게 된다.

반대로 인간이 얼마나 갑자기 변해버릴 수 있는지 똑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자신을 보면 놀라게 된다.

삶이 당신을 배신했다고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믿음은 생각하던 바가 실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실수를 저질렀을 때 우리는 다시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아무리 엄혹한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잘못을 저지르고, 결국은 변해버린 자신을 바라보며, 생에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삶은 끝나지 않고, 반복되는 순간에 우리는 맞설 수 밖에 없다.


생의 비극은 그 지점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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