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기로에서 진로를 고민한다

로스쿨 라이프 스토리 9화-진로탐색기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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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가서 대체 어디로 가야 하지?”

졸업생은 누구나 이런 고민에 빠지기 마련이다.


오랜 경기 불황과 저성장, 그리고 고용 없는 성장의 연속은 취업난을 일상으로 만들었다. 특히 인문계 학생의 경우 기업들의 이공계 선호로 인해 갈 곳이 없다는 말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다.


최근에는 아예 로스쿨 진학 준비를 취업 준비와 병행한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15&aid=0004016732&sid1=001

<취업난… 로스쿨에 '보험'드는 취준생들, 2018. 9.26, 한국경제>


하지만 정작 로스쿨에 들어온 다음에도 진로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우선 졸업시험 통과와 변호사시험 합격에 대한 걱정이 먼저다.


http://thel.mt.co.kr/newsView.html?no=2016020414028216249

<'변시 100% 합격'의 그늘…로스쿨 졸업시험 편법논란, 2016 . 2. 5. 머니투데이>


[OO대는 입학정원 60명 중 10명 적은 50명만 1회 변시를 봤고 이들이 모두 합격했다. 대외적으로는 '입학정원'이 아니라 '응시자 대비 합격률'로 홍보하기 때문에 각 학교들도 이 방법을 따랐다.]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4201848477338

<변호사시험 합격률, 사상 최초로 50%대 붕괴, 2018. 4. 20. 한국일보>

[법무부는 20일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를 열어 2018년도 제7회 변시 합격자 수를 1,599명(총 응시자 3,240명)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합격자 수만 놓고 보면 지난해(1,593명)보다 6명 늘어났지만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49.35%로 전년도 51.45%보다 2.1%포인트 떨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변시 합격률을 입학정원의 75%(1,500명)로 하자는 기준을 적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현재 누적된 응시생 인원 때문에 나날이 떨어져 응시 대비 49% 선을 유지하고 있다. 큰 변동이 없는 한 앞으로도 45~49%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는 상황이다.


안정된 로스쿨 제도 정착과 로스쿨 다양화를 위해서는 합격률이 최소 50% 이상, 적정선은 60%까지 올려야 된다는 주장이 많지만, 재야법조계의 반발이 거센 터라 합격률을 사실상 결정하는 법무부로서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입학할 당시의 정원을 기준으로 보면 대략 60~70% 정도의 입학생은 결국은 합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입시와 유사하게 초시가 가장 유리하다는 문제가 있지만, 특별한 사고가 없다면 로스쿨 재학 당시의 성적을 볼 때 합격 여부를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로스쿨 재학 당시의 성적이나 모의고사 결과로 볼 때 변호사시험 합격이 예상된다면, 그때부터는 진로 걱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대체 어떤 진로를 가야 하는 걸까?



2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직업 학교’의 성격이 짙다.

모든 전문대학원 제도가 그렇듯, 로스쿨도 미국의 전문대학원 제도를 가져온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기본 교양과 지식은 학부에서 공부하고, 전문가로서 지식과 기술, 소양은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요컨대 로스쿨은 진로탐색이나 장래희망, 꿈과 같은 이야기는 이미 대학 때 끝내고 오는 것을 전제로 한 교육 체제다.

때문에 로스쿨 재학생은 3년 동안 공부만 열심히 하며, 진로 탐색 같은 것은 할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법조계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만약 옛날처럼 법관, 검사, 개업/고용 변호사가 진로의 전부라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검사를 지망하는 로스쿨 학생의 경우는 여전히 예전 사법연수원 시대처럼 공부와 검찰 실무수습에만 전념에도 크게 문제는 없다.


하지만 로스쿨 시대에는 심지어 ‘법관’ 지망생 조차도 진로를 획득하기 위해 상당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컨대 당신이 법관을 지망한다고 생각해보자.

성적은 최상위권이어야 한다. 여름과 겨울에 법원 실무수습을 떠나기 위해서다. 실무수습 기간 동안 치열한 보고서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 법원에서 암묵적인 높은 평가를 획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클럭(law clerk, 재판연구원)을 지망할 때는 서울과 지방 중 어느 쪽이 유리할지 고민해야 한다. 언뜻 서울이 유리해보이지만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마침내 로클럭이 된 뒤에는 2년(1년 연장이 가능하지만, 대체로 3년차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동안 재직 후 다시 나와야 한다.


왜냐하면 법관은 이제 경력을 지닌 법조인을 법관으로 채용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에, 로클럭을 나온 뒤로도 수년(최대 7년)뒤에야 비로소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로펌, 중소형 로펌, 개업변, 사내변, 공공기관변, 공무원, 공익 변호사 등으로 나뉠 수 있는 다른 법조계 경력의 경우는 더욱 정해진 확정성은 줄어들고 가변성이 심화된다.


심지어 ‘법조계’가 아닌 법률 전문성 활용 영역으로 진로를 결정한 경우에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이야기에서 모든 진로에 대해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로스쿨 재학 기간 동안 진로를 탐색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간단히 다루기로 하겠다.



3

모든 진로 탐색이 그렇듯 직업은 ‘자신이 잘하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가장 많은 기회를 얻게 된 것’에서 결정된다.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은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것이다.

물론 잘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과 다를 수도 있고,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유명한 과학자 뉴턴이 좋아하는 일은 엉뚱하게도 오늘날 기준에서는 비과학적인 ‘연금술’이었다.


그러나 우선 잘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파악하면 좋아하는 일과 접목하기도 쉽고, 기회를 찾는 일도 훨씬 용이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콘텐츠’를 다루는 일을 가장 잘하고 흥미도 있었기 때문에 콘텐츠와 관련된 법 분야를 주로 찾았던 기억이 있다.

콘텐츠의 경우라면 저작권법, 상표법, 민법(계약법)이 기본 법 소양이다.

이외에 종합적인 엔터 산업을 다루는 ‘엔터테인먼트 법학’이나 ‘콘텐츠 관련 진흥법’ 등을 공부하며 산업 자체에 대한 교양을 쌓고, 가능하면 해당 산업 분야 종사자를 많이 만나는 게 좋다.


기회가 닿아 법률자문을 할 수 기회를 얻는다면 금상첨화다.


후일에 해당 기업이나 산업 전문가와 같이 일하지 않는다 해도, 보통 이런 업계는 좁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기 마련이다. 그때는 반드시 ‘전문가’는 ‘공짜’로 지적재산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선 정도만 긋고 친하게 지내면 된다.


이런 방식은 국가기관, 공공기관, 기업 사내변, 개업변, 스타트업 코파운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4

대형 로펌은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대형 로펌은 예나 지금이나 입도선매 식으로 ‘인재’를 모으기 때문에 로스쿨 재학 시절 입사가 ‘컨펌(Confirm)’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로스쿨을 다니던 시절에는 그래도 2학년 때 채용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1학년때 이미 확정 완료된다고 한다.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618983

<대형 로펌, 1학년생 선점 경쟁...공정성 도마, 2018. 5. 3. 이투데이>


[◇ 1학년 때부터 대형 로펌 입사 확정받는 로스쿨생

주로 2학년 때 이뤄지던 채용 전제형 인턴이 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대형 로펌들은 로스쿨 도입 초기부터 인턴 제도를 도입했다.]


그렇다면 1학년 때 이미 대형로펌 인턴을 통한 입사 내정이 완료된다면, 대형 로펌으로 갈 수 있는 길은 끝난 걸까?

http://news.mk.co.kr/newsRead.php?no=13929&year=2018

<6대 로펌行 고작 7%…, 2018. 1. 7. 매일경제>


[실제로 지금까지 로스쿨을 통해 총 9285명의 변시 합격자가 배출됐지만 그중 6대 로펌에 취업한 변호사 숫자는 총 545명으로 겨우 5.8%밖에 되지 않는다.]


굳이 대형 로펌으로 가기 위하여 인생을 소모할 필요가 있을지 조금 의문은 있지만, 반드시 대형 로펌에 가고 싶다면 다른 길도 당연히 있다.

먼저 ‘경력 변호사’로 대형 로펌에 채용되는 것이다.


대형 로펌은 항상 기업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문법 영역을 확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정권에 따라 법 수요가 바뀌는 경우가 가장 그렇다.


예컨대 공정거래법, 조세법, 자본시장법은 일반 대형로펌에서 일한다고 전문가가 되는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공정위나 대기업에서 해당 분야 직무를 진행한 변호사가 더욱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조세의 경우라면 회계사나 세무사 공부를 했던 경영학도가 훨씬 유리하다.


노동법의 경우도 기업 인사 분야나 아예 노동 전문 사건을 많이 다루는 노동 전문 소형 로펌에서 일한 경우, 전문성을 키우는데 유리한 점이 있다.

행정 사건도 수요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지방자치단체, 정부기관에서 전문성을 키우기 훨씬 유리한 분야다.

이런 전문성을 쌓아 우회로를 통해 대형로펌으로 진입하는 방법이 있다.


다음으로 ‘해외 분사무소’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법조계는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에 걸맞지 않게 국제화가 지체된 분야다. 하지만 대형로펌은 그나마 해외 진출 노력을 거듭해 자신들의 고객사인 대기업과 함께 해외 주요 도시나 동남아 거점에 분사무소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해외 체류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대형 로펌의 해외 분사무소는 뉴욕이나 런던처럼 누구나 선망하는 도시보다는 동남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당신이 해당 국가의 언어와 교육 과정을 거친 적이 있다면 이쪽으로 현지 채용이 가능하다.


특히 중국 진출 로펌의 경우 이런 케이스가 제법 있다고 알려져 있다.



5

마지막으로 ‘공변(공익변호사)’의 경우에는 되는 것보다 버티는 게 훨씬 어렵기 때문에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공익인권은 생각보다 가혹한 일이다.


특히 공익 인권 분야의 조력 대상과 직접 마주했을 때, 생각했던 것과 달라 좌절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혹은 초기에는 노력을 다해 일한다 해도 여러 제반 사정과 특히 경제적 문제로 인해 공익 변호사로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현재 자리잡은 공익 법률 단체는 주로 대형로펌의 공익 재단로펌이거나 민변의 조력을 받는 경우, 혹은 창립자가 이상과 현실 모두에 밝아 자체 기부금만으로 자리잡는데 성공한 케이스들이다.

특히 소규모 공익법률사무소의 경우에는 존립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 공익인권 업무보다 사무실을 유지하기 위한 모금 활동에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변’으로 활동하겠다는 마음이 확고하다면, 각 로스쿨별로 세워져 있는 인권법학회를 먼저 들어갈 필요가 있다.

인권법을 굳이 공부할 필요가 없는 경우라도, 대부분의 경우 ‘공변’들은 각 로스쿨 인권법학회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선배 변호사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 민변에서는 방학 때마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며, 각 공익법률사무소도 비슷하니 참가하면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로스쿨 변호사단체인 한법협 공익인권센터(함께)에서 ‘취미로 하는 공익’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 정도 선이 보통의 변호사가 양심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참여할 수 있는 공익이 아닐까 한다.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146822

<한법협 공익인권센터, '서울시 청소년 알바 상담소' 열어, 2018. 9. 21. 법률신문>



6

진로 탐색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미지의 영역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은 결국 자신이 헤쳐나갈 수 밖에 없다. 다만 먼저 간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경험을 들으며 자신의 방향을 모색하기 훨씬 쉬워진다.


반대로 자신의 길을 명확히 정하지 못하면 흘러가는 대로, 남들이 좋다는 대로,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한 채 살다가 죽게 된다. 법조계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맹목적으로 성적 위주의 삶을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고 후회하는 변호사들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하지만 로스쿨 재학 3년의 시간 동안, 법조인으로 가야 할 길을 명확히 정할 수 있다면 향후 법조 인생도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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