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신 Nov 02. 2018

정지

에세이-데이트랜드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정지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순간은 착각에 불과하다.

이 세계의 모든 사물은 단 한 순간도 쉼 없이 움직이고 진동하며 흘러간다.

단지 관찰자의 착각으로 아주 잠깐 멈춘 것처럼 보일 뿐이다.


심지어 형체를 알 수 없는 마음조차도 끊임없이 변할 뿐 정지해 있는 경우는 없다.

영원히 사랑할거라 맹세했던 순간은 어느새 흘러간 시간 속에 빛 바래고 평생 증오할거라 여겼던 원수도 지나고 보면 헛된 일로 여겨진다.

태초의 커다란 폭발이 있었던 순간부터 물질과 정보는 멈춘 적이 없다.


그럼에도 가끔 시공간이 정지했으면 좋겠다고 바랄 때가 있다.

헛된 상상임을 알아도 현실로 이루어져 멈춰지기를 원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 시간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행복할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원’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정지’도 실존하지 않는다.

단지 지나간 과거만이 멈춘 채 우리가 회상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절대로 돌아갈 수 없고 반복할 수 없으며 다시 할 수 없는 시간이다.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서 정지를 바라는 순간, 생의 덧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헤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