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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Nov 08. 2018

에세이-데이트랜드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울 때가 있다.


태고에 고원에 살던 시절 사람에게 세상은 무의미했다.

하루를 살아남는 게 생을 건 사투였고, 현재만이 실존하는 시간이었으며, 어제와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나무 위를 내려와 고원을 걷던 인간이 이 땅 전체로 퍼져나가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자가 되었다.


시원의 시절 이래로 사람은 항상 어떤 일에 ‘뜻’이 있다고 믿는다.

한때는 해가 뜨고 지며 벼락이 치고 폭풍이 불며 가뭄이 들고 홍수가 나는 자연 현상에 뜻이 있다고 믿어 신의 존재를 유추했다.

지금도 어떤 일이 일어나면 상대방의 뜻이 무엇일지 우리는 자주 궁금해한다.


그렇지만 실은 세상에는 별 의미없이 벌어지는 일이 수도 없이 많다.

해가 지고 뜨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만들어진 원리에 불과했듯이, 뜻 없이 행동하고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무슨 뜻인지 꼭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당신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뜻이 아니라 초래될 결과다.

어떤 의도에서 일어난 일인지, 혹은 심상한 의미를 담고 있는 일인지 홀로 상상할 필요는 없다.

이미 일어난 사건과 행동이 일으키는 결론이 바로 우리가 탐구해야 할 진정한 의미다.


문득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 사건을 보았을 때, 잠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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