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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Nov 09. 2018

억울함

에세이-데이트랜드


마음에 파문이 일 때 가라 앉히기는 어렵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우리의 마음에는 파랑이 일어난다.

분노와 울분이 치솟아 정신을 가다듬기 어렵고, 거칠어진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정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순간까지, 혹은 받게 되더라도 억울함은 멈추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니다.

때로 사과나 보상을 받더라도 이미 입은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계속해서 덮고 치료해 흉터가 남을 때까지 숨길 수 있을 뿐이다.


가끔은 이 마음이 까마득한 세월과 사람과 세상을 흘러 전해질 때도 있다.

한 공동체와 민족과 문명이 담게 되는 억울한 마음과 상처와 분노다.

이런 파문이 세상에 파문을 일으켜 대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럼에도 생각해보면 한 사람의 생은 단 한 번 뿐이다,

상처에 뒤덮여 죽는 그 순간까지 분노에 차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단 한 번의 삶 속에서 적어도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생의 보람이다.


오직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할 때만이 과거의 억울함을 억누를 수 있다.

이전의 마음이 아닌 새로운 마음을 만들어내야 파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억울함이 아닌 다른 신선함이 생을 지배하게 해야 한다.


허나 이전의 선인들이 그랬듯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문득 파문이 일려 할 때 마음을 관조하다 상념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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