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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Nov 12. 2018

진공

에세이-데이트랜드

완전한 진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런 티끌 하나 없는 공간은 이 세계에 없다.

하늘을 건너 저 멀리 별 밖으로 나가도 수없이 많은 물질과 정보가 오간다.

헤아릴 수 없는 까마득한 저 편 우주의 경계에도 무언가 우리가 알 수 없는 존재가 있다고 한다.


알지 못한다 해서 ‘암흑’이라고만 일컬어지는 무언가가 진공이라 상상하는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셈이다.

마치 이 현세에 ‘완전’이 존재하기를 바라던 옛 선인들의 바램이 헛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만 같다.단지 완전하고 온전하며 완벽한 무언가를 사람은 항상 바라지만 그런 것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완전한 무언가가 있다면 존재하는 것은 ‘법칙’ 뿐일 것이다.

물질의 세상에는 완전한 진공이 없는 것처럼 완전한 무언가도 없다.

그렇지만 물질이 구성되고 움직이는 어떤 법칙은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시공간에서는 변함없이 예전부터 존재해왔다.


마치 ‘영원’이 존재하지 않듯이, ‘정지’가 실존하지 않듯이 ‘물질’은 완전하지 않다.

오직 무언가를 구성하는 원리만이 이 세계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존속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 바로 영원히 완전히 존재하는 ‘진공’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옛 선인들이 생각해온 ‘진리’를 생각하며 존재하지 않는 진공에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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