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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Nov 13. 2018

손길

에세이-데이트랜드


때로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길 바랄 순간이 있다.


이 세상에 사람은 홀로 던져진 존재다.

반면 인간이 걸어야 할 길 위에는 차가운 장애물이 가득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너무 멀고 무릎은 꺾여 자주 쓰러지며 절망이 마음을 옭아맨다.


생이 이어지는 동안 그럼에도 가야 하는 길은 끝이 없다.

온갖 수모와 억압과 고통은 혼자서 버텨내야 하는 장벽이다.

단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일, 매시간, 매순간 견뎌야 하는 일이다.


결국 길을 걷다 당신은 깨닫게 될 것이다.

비록 홀로 던져진 존재라도 혼자서는 이 길 위를 걸을 수는 없다는 것을.

혹시 다른 이가 손을 잡아주지 않을까 돌아보게 될 때가 그 순간이다.


그러나 손을 내밀어 달라고 외쳐도 아무도 쉽게 멈춰주지 않는다.

자신의 길을 걷기 너무 바빠 다른 이를 돌아볼 여유 따위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길 간절히 바라지만 타인과의 거리는 너무나 멀기만 하다.


바로 그 순간 손길이 찾아올 찰나가 있다.

생에 실로 드문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그때 외롭고 차가우며 절망스럽던 삶은 전에 없던 생기를 찾는다.


문득 누군가 내민 손을 붙잡았을 때, 인생이 결코 가치없는 것이 아님을 깨달으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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