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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Nov 19. 2018

탈출

에세이-데이트랜드


이 몸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결국은 온다.


언젠가 달리다 숨이 벅차 멈춰버릴 때가 있었다.

육신이 지닌 한계가 하고자 하는 일도, 가고자 하는 길도,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제약해 버림을 알 수 밖에 없는 시간이었다.

정신은 저 멀리 천공을 넘나들 것 같지만, 신체는 이 땅 위에 결박되어 움직이지 못했다.


옛 조상들은 그렇기에 ‘영혼’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냈다.

죽은 뒤에도 영원히 존재하며 이 몸의 한계를 넘어 우주를 자유롭게 거니는 신이한 존재다.

인생의 끝에 이르러 수없는 여한을 달래며 죽음의 공포를 이기게 만들어주는 상상이었다.


아직 아무도 혼의 실체와 영의 실존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사후의 세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 이 세계의 절반을 넘지만 수천 년의 세월과 과학의 발전도 입증하지 못한 일이다.

그럼에도 몸의 속박과 종국의 두려움을 우리는 영혼의 탈출이라는 개념을 통해 극복하기 위해 애쓴다.


끝은 평안하기를 바란다.

이 삶의 질곡과 달리.

누구나 바라는 순간일 것이다.


이 몸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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