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데이트랜드
이 길 위를 이제라도 걷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다.
길은 너무 멀어 험난해 보이지만 그 너머 있을 도착지는 아리게 빛나 황홀했다.
단지 한 번이라도 밟아보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살아가기 어렵다.
원하는 바는 쉽게 이룰 수 없고 삶의 제약 속에 자주 잊혀지며 급한 당면의 과제를 처리하다 어느샌가 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너무 멀리 온 뒤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으니 참으라고 부모는 말한다.
은퇴를 하면 시간이 있을 거라고 사회는 당신을 유혹한다.
그러나 이미 어른이 되면 다른 일이 밀어닥치고, 은퇴를 하면 이미 열정과 힘이 사라진 뒤며, 무엇보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시간도 여유도 남아있지 않다.
생은 결국 단 한 번 뿐이다.
남은 당신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무관한 존재다.
결국 우리 자신만이 스스로의 인생을 규정짓고 선택하며 책임질 수 있다.
그럼에도 한 번 가보지도 못한 채 죽는 이로 이 세상은 가득하다.
그렇기에 꿈을 꾸던 저 지평선 너머로 가는 이 길을, 이제라도 걸을 수 있게 된다면 생은 결코 낭비된 것이 아니다.
문득 다다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길에 첫 발을 내딛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