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신 Dec 11. 2018

이제라도

에세이-데이트랜드

이 길 위를 이제라도 걷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다.

길은 너무 멀어 험난해 보이지만 그 너머 있을 도착지는 아리게 빛나 황홀했다.

단지 한 번이라도 밟아보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대로 살아가기 어렵다.

원하는 바는 쉽게 이룰 수 없고 삶의 제약 속에 자주 잊혀지며 급한 당면의 과제를 처리하다 어느샌가 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너무 멀리 온 뒤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으니 참으라고 부모는 말한다.

은퇴를 하면 시간이 있을 거라고 사회는 당신을 유혹한다.

그러나 이미 어른이 되면 다른 일이 밀어닥치고, 은퇴를 하면 이미 열정과 힘이 사라진 뒤며, 무엇보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시간도 여유도 남아있지 않다.


생은 결국 단 한 번 뿐이다.

남은 당신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무관한 존재다.

결국 우리 자신만이 스스로의 인생을 규정짓고 선택하며 책임질 수 있다.


그럼에도 한 번 가보지도 못한 채 죽는 이로 이 세상은 가득하다.


그렇기에 꿈을 꾸던 저 지평선 너머로 가는 이 길을, 이제라도 걸을 수 있게 된다면 생은 결코 낭비된 것이 아니다.


문득 다다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길에 첫 발을 내딛다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단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