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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Dec 07. 2018

단풍

에세이-데이트랜드

단풍이 거리를 물들이는 시간이다.


온도가 낮아져 입는 옷의 두께가 늘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짧아지고 눈은 몸 만큼이나 뜨기 힘든 아침이 다가온다.

낮의 빛깔이 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문득 가로수가 붉게 변해버린 광경을 목격했다.


벌써 한 해가 지나갔고 한 해가 다가왔으며 한 해 전 보았던 모습을 보게 된다.

바스라지는 잎처럼 일 년이 시작될 때 다짐했던 약속은 쉽게 빛바래 찾기 어렵다.

시간이 너무 빨라 이룬 것은 적으니 찬 공기에 한숨을 내쉰다.


그럼에도 이 거리를 적신 붉고 노란 색채는 언제 스러질지 몰라 눈부시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은 남아있고 이루지 못한 것들은 많지만 떨어지는 잎을 보며 아쉬움을 삼킨다.

다시 단풍이 거리를 물들이는 시간이 돌아올 때는 한 뼘은 더 자라 있을까.


문득 바스라진 잎을 슬쩍 밟고 가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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