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신 Dec 12. 2018

강박

에세이-데이트랜드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이 세계에 우리는 우연히 던져진 존재다.

운명을 타고 태어난 것도 아니며, 주어진 숙명도 없으며, 업보도 있었던 적 없는 상상의 산물일 뿐이다.

오직 삶이 지속되기에 살아가는 것만이 인간에게 주어진 전부다.


그렇기에 우리는 실로 자유로워야 하지만 반대로 주어졌다고 착각하는 의무와 과업과 숙제로 생을 보낸다.

어떤 시기에 반드시 무언가를 배워야 하고, 때를 놓치면 인생을 망친다고 믿으며, 무언가 이루어 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인생이 자신도 모르는 어떤 주박에 붙들린 채 목적지도 모른 채 달려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생은 한 번 뿐이며 원하는 것만 하고 살아기에도 너무 짧다.

눈 한 번 깜박할 사이 1분, 1시간, 1년이 지나쳐 버린다.

반대로 평생을 들여도 이룰 수 없는 실로 아름다운 광경과 멋진 사건과 거대한 업적으로 세계는 가득하다.


아주 사소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삶이 초라한 이유다.


이 세계에 반드시 당신이 해야만 하는 일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의 삶은 자신의 것이며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단지 생의 마지막 순간 후회하지 않는 것만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럼에도 삶의 제약에 묶인 채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게 사람의 삶이기도 하다.


오늘도 강박에 시달리며 달리다 숨을 몰아쉰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라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