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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Dec 14. 2018

느린

에세이-데이트랜드

삶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어릴적엔 생각했다.


하루가 너무 길어 가지 않았고 해가 언제 지나 하품했다.

집으로 들어가 하던 놀이를 하거나 친구를 만나 재담을 나눌 시간만 빨리가 이상하다고 여겼다.

어느새 나이가 든 지금은 이전보다 빨리 세월이 흐르고 생각이 잠깐 든 사이 날이 저문다.


오직 생의 어려움만은 여전히 느려 바뀌는 일이 적다.

지나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고 노력해도 나아지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느릴 뿐 무언가 결국은 무언가 바뀐다.


단지 어릴적 생각한 것처럼, 이 생을 통해 세상을 헤쳐나갈 속도가 너무나 느릴 뿐이다.


길은 아직도 멀고 다다르기 힘들 때, 흘러가는 시간과 상관없이 삶의 속도는 느려진다.

어린 시절 인생이 느리다고 착각한 것도 끝이 너무 멀고 할 수 있는 일은 적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도 여전히 사람은 작고 세상은 큰 탓이다.


그럼에도 갑자기 느린 삶이 격변할 때가 있다.

세상에 광풍이 밀어닥치는 순간이다.

이 생을 급변시키는 것은 실로 외부의 커다란 힘이다.


그 순간 바람을 탈 때까지 천천히 걸을 수 밖에 없다.


문득 삶의 속도가 느리다고 느끼는 하루, 바람의 세기를 가늠하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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