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신 Dec 20. 2018

모호한

에세이-데이트랜드

경계는 쉽게 흐려져 피아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 세상은 차이에서 시작되었다.

태초에 원점에 만물이 집약되어 있던 시절에는 구별과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단지 서로 다른 것이 커다란 폭발과 함께 비롯되었다고 추정될 뿐이다.


세계의 기원이 다름에 있기에 우리는 자주 같은 것과 다른 것을 가르고 경계를 긋는다.

반대로 본원의 세상이 같음이었듯, 이 선은 자주 모호해져 구분의 의미를 잃곤 한다.

맞고 틀림이 자주 기준을 잃고 모호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무엇이 정답이고 어떤 것이 오답인지 구분하는 기준과 경계는 결국 차이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세상은 본래 동질적인 무언가에서 시작되었고 이질적인 존재는 결국 바스라져 세상으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이 세상 속에서 구분짓고 기준을 정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 그토록 힘든지도 모른다.


경계가 흐려져 피아를 구분할 수 없는 순간, 다시 기준을 세우다 상념에 잠긴다.



매거진의 이전글 현기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