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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Dec 18. 2018

현기증

에세이-데이트랜드

흐린 시야가 앞을 덮는 안개 낀 아침 길을 걷는다.


눈은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한다.

시야가 흔들리고 어지러울 때 우리는 현기증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사실 흔들리는 것은 머리고, 눈은 현상을 보여줄 뿐 원인이 아니다.


결국 현기증은 갈피를 잡기 어려운 마음의 반영이다.

몸이 아프고 어지러울 때 마음은 같이 흔들리고 갈피를 잡기 어렵다.

단지 잠시 걸음을 옮기려 애쓸 때조차 어지러움이 모든 정신을 사로잡아 버릴 때 현기증이 나타난다.


눈앞에 펼쳐진 이 흐린 시야는 마치 현기증이 일어날 때의 광경처럼 느껴진다.

세상은 엄혹해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자칫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듯 길이 위태롭다.

보이지 않는 시야 너머로 어떤 일이 펼쳐지고 있을지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이 삶 속에서 자주 우리가 어지러움을 느끼는 이유는 미래가 불확실한 탓이다.

보이지 않고 해결하기 어렵고 명쾌한 정답을 찾을 수 없다.

선택하는 길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대답해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길 위를 걸을 수 밖에 없다.


불확실한 길 위를 흐린 시야로 걷다 문득 현기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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