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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Dec 26. 2018

적막

에세이-데이트랜드

문득 적막이 감도는 밤이 찾아온다.


도심의 밤은 항상 소란스럽다.

소음이 마음을 어지럽히고 사람이든, 차든, 기계든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끊임없이 밀려온다.

파도가 몰아치는 것처럼 소리가 다가왔다가 어디론가 흩어져 사라져간다.


그러다 문득 고요한 적막이 내려앉는 순간이 다가올 때가 있다.

들어야 할 것과 말해야 할 것으로 시간을 보내다 대화가 끊기고, 쉴 새 없이 사람을 실어내던 차는 종적을 감추며, 길가의 온갖 소음이 문득 멈춰버리는 순간이다.

혹시나 세상이 정지해버리면 이런 기분일까 싶은 기묘한 일순간이다.


불현듯 자신을 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직 이 던져진 세상에서 당신이 알 수 있는 것은 당신의 몸과 마음과 처한 상황 뿐이다.

이 불확실한 소음 속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정적은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그 순간이다.


하지만 적막은 찰나에 사라지고 다시 소음이 물밀듯 밀려온다.


문득 찾아왔다 사라진 적막의 순간을 잠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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