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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신 Dec 27. 2018

무기력한

에세이-데이트랜드

의지가 소진되는 순간이 가장 힘겹다.


사람은 항상 무언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인생은 어딘가로 쉬지 않고 걸어가는 여정이다.

혹시나 행운이 찾아오면 반갑고 불행이 다가오면 황급히 피하려 애쓴다.


그러나 일이 연이어 밀어닥치고, 해결하기 난망한 어려움이 가로막으며, 생각지 못했던 절망에 떨어질 때가 생에는 찾아온다.

사람이 지쳐 온전히 무기력해지는 순간이다.

이 삶이 지속되지 말기를 바라게 되며 바닥으로 마음이 치달아 건져 올릴 수조차 없게 된다.


몸이 지쳤을 때는 치유와 휴식으로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이 다 해버렸을 때는 다시 돌이키기 어렵다.

그렇기에 소진되는 순간이 생에서 가장 힘겹고 어려운  시간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옛 시절에 잠겨 현재로 돌아올 수 없다.

겉보기에 눈부신 환상에 미혹되어 현실을 보지 못한다.

오히려 도움의 손길에 화내며 뿌리치고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


그럼에도 생은 쉽게 막을 내리지 않는다.

무기력한 시간도 결국 흘러가며 세상은 당신에게 무관심하다.

끝나지 않은 삶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 뿐이다.


단 한 번, 내밀어진 다른 손길을 잡는 것으로 충분하다.


물론 소진되어 버린 이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허나 삶에 공백은 없고 당신이 무기력하든 아니든 생은 무심히 흘러간다.


문득 소진되었다 느낄 때 다가온 손을 잡으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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