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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슈론,화신전쟁)

씀-꽁트

by 기신

정오_전쟁이 끝났음을 슈론은 한낮의 시간에야 깨달았다.


푸른 해가 이글거리며 땅 위를 열기로 적셨다.

수없는 죽음이 바로 직전까지 있었음을 잊게 만들 정도로 대기는 고요했다.

이 낯선 세상에 온 뒤로 처음 맛보는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만약 조금만 더 일찍 전서구가 도래했다면 쓰러진 이들 중 절반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오의 태양이 드리운 거대한 괴수의 그림자를 보며 슈론은 한스러운 마음을 삼켰다.

그렇지만 언제나 좋은 소식은 나쁜 소식보다 훨씬 느리기 마련이다.


누군가 울음을 터뜨렸다.

기쁨의 환희보다 통곡의 소리가 평원 위를 맴돌았다.

아무리 승전을 거둔다 해도 전쟁은 당하는 이에게 무익한 것이다.


하지만 울분을 토할 수 있다는 것은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살아남은 승자에게 세상은 실로 관대하다.

심지어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이에게도 승리의 영광이 돌아갈 정도로 말이다.


이계의 진입자, ‘민수륜’이 처음으로 이 세상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순간이었다.


물론 기뻐할 수 만은 없는 게 또한 전쟁이 끝난 뒤의 일이다.

언제나 빛이 어둠과 함께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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