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7

연재웹소설-2. 네가 오는 길 (1)

by 기신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2. 네가 오는 길 (1)


신림동.jpg


신림동은 고시의 메카다. 아니, 메카였지.

그곳에서 그 날, 네게 처음 들은 질문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야.


“혹시, 길 알아요?”


한국에서 이런 질문을 들은 여행객이라면, 당장 뒤를 돌아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게 상수다.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사람들은 보통 2인조로 다닌다.

작은 소책자와 물병이 든 가방을 메고 주로 지하철 역과 터미널처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장소를 두리번거리며 오간다.

여기서 ‘길’은 다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목적지로 가는 길.

인생의 길.

그리고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 제사나 예배를 올리러 가는 길.


「영혼이 맑아 보여요.」


간단히 말해 지리탐문을 핑계로 종교전도를 일삼는 사람들이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한 번 이 사람들에게 말려들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

혹시라도 방심한 사이 질질 끌려가면 어느새 낯선 종교행사 한 가운데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듣자하니 거기까지 가면 거액의 헌금 내지 성금을 낼 수 밖에 없게 된다더군.

자발적이든 타율적이든 간에.


“난 모릅니다. 응?”


잡히지 않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불친절해지는 것이다.

차가운 도시남에게 감히 조상의 복이 있는니 없느니, 기운이 좋아 보인다느니, 예수 믿으라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없지.


나는 당연히 불친절한 도시남의 귀찮고 완고한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곳에는 내 예상과 상당히 다른 사람이 서 있었지.


“정말 몰라요, 여기 길?”


뛰어왔는지 숨을 헐떡이며,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잔뜩 당황한 표정의 여자애 하나가 물었어.


일반적으로 겪고 듣고 보아왔던 ‘길을 묻는’ 사람들과는 판이하게 달라서 나도 순간적으로 당혹스러웠어.

아마 나도 모르게 실언이 툭 나와버린 이유도 그 때문이겠지.


“어……. 도를 아시냐고 묻는 분은 아니군.”


말은 한 번 뱉으면 되돌릴 수 없지.

너의 당황해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어져가던 것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지.

그때 네 눈이 무척 쏘는 듯 예리하다는 걸 처음 느꼈어.


“그러는 넌 여기 길도 모르는 ‘고시생’인 모양이지?”


그 순간 내 옷차림을 나도 모르게 봤다 해도 이상한 일만은 아니지.

내가 고시생처럼 보였나?




작가의 말 : 물론 요새도 고시촌하면 신림동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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