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의 로스쿨 생존기9
연재웹소설-2. 네가 오는 길 (3)
<나의 로스쿨 생존기>
기신
2. 네가 오는 길 (3)
신림동은 무척 기묘한 동네야.
이곳은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나가기는 더욱 난해한 장소야.
단 서울의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인 지하철이 들어서 있지 않아.
도로는 좁고 구불구불해 차로 다니기 어렵고 인도는 자주 끊겨 곡예에 가까운 차도 가로지르기를 해야 다닐 수 있지.
따라서 외부에서 신림동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 루트에 직면하게 돼.
하나는 수도대입구역에서 버스를 타는 것.
다른 하나는 신림역에서 버스를 타는 거야.
어느 쪽이든 배차 간격은 짧지만 자칫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타게 되면 내릴 때까지 숨막히는 시간을 약 15분 이상을 버텨야 하지.
특히 수도대 입구역에서 신림동으로 향하는 루트는 수도대로 가는 사람들이나 등산객이 몰릴 경우 대책을 세울 수 없을 정도라구.
결국 고시생들이 흔히 신림동 안팎을 드나들 때 사용하는 길은 신림역 버스길이야.
「다음 정류장은 신림역 고시촌 입구입니다. 내리실 분은 오른쪽 버튼을 눌러주세요.」
이 소리가 들리면 버스에서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지.
신림역에서 버스를 타면 대체로 고시생들의 목적지인 신림9동, 요새 이름으로 대학동에서 하차할 수 있어.
하지만 가끔 버스를 잘못타면 목적지 바로 앞에서 웬 고개길을 오르며 전혀 다른 동네로 올라가버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해.
초보 고시생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지.
물론 연차가 쌓이면 신림동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게 고시생이긴 하군.
나?
그때는 난 고시생은 당연히 아니었지.
애초에 법조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어.
단지 난 친구를 만나러 신림동에 가끔 들르던 손님이었을 뿐이라구.
그래,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어떠냐?”
슬리퍼, 추리닝, 두꺼운 안경.
전형적인 신림동 고시생 차림인 친구가 물었다.
본래 남자들은 그렇잖아도 말이 짧은데, 고립된 고시생 생활을 오래하다보면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더욱 퇴화되는 경우가 왕왕 있지.
나는 가볍게 대꾸했어.
“뭔소리야? 알아듣게 말해.”
“어떻게 지내냐고. 새끼가 못 알아듣는 척 하긴.”
“그걸 어떻게 알아들어. 나야 곧 취직 예정이지.”
20대 남자가 한가한 경우는 보통 3가지다.
대학 입학 직후거나, 군대에 다녀온 직후거나, 졸업 후 취직이 확정되었을 때다.
난 당시 3번째 상황이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지.
“취직? 금수저 녀석이 굳이 셀러리맨을 하시려고? 야, 너 같은 놈들 때문에 나 같은 흙수저들이 백수가 되는 거야. 그렇잖아도 적은 자리, 꼭 줄여야겠어?”
“너야 고시 공부한다고 들어온 처지면서 뭔 소리냐? 그리고 내가 무슨 금수저야. 금수저 친척이지.”
“그게 그거지. 물려받을 거 없는 거 아니잖아?”
“없어, 임마.”
물론 유산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친구 말대로 나는 이른바 ‘있는 집’ 자식이다.
부친이 일찍 돌아가신 탓에 집안에서 썩 중요한 위치도 아니고, 중책을 맡을 일도 없겠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완전히 배척당할 일도 없었다.
그러니 부족함 없이 살아온 것은 맞다.
하지만 직업을 그런 이유로 안 가질 수는 없잖아.
“그래서, 어디로 가는데?”
“XBC.”
“뭐, 방송국? 야, 너 진짜 합격한거냐?”
“얘기했잖아. 취직 예정이라니까. 금수저니 뭐니 하지마. 공채야. 거기선 내가 어디 집안 사람인지도 모르고.”
그래, 그때만 해도 난 방송사 예능 PD 지망생, 아니 예정자였다.
작가의 말 : 서울대입구역에는 서울대가 없고, 신림역에는 신림동 고시촌이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