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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줘(백야,구문장)

씀-꽁트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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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줘_[꽁트] 포옹은 서로 교감을 나누는 행위라고 신녀는 가르쳤다.

태초에 빛이 탄생하면서 세상은 시작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밤이 오래도록 계속된 이 땅에는 빛과 열을 찾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 되었다.
맹렬한 추위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도 온전히 얼어붙어 버린지 오래다.

저항할 수 없는 재해 앞에서 사람의 마음은 쉽게 약해진다.
어딘가 무너지지 않을 것을 찾아 기대야만 인간은 버텨낼 수 있다.
‘신’을 찾아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 순간이다.

그런데 신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재난과 인력의 한계로 저항할 수 없는 마수가 날뛰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단지 선택한 사람을 통해 ‘이적’을 보여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빛의 신이 선택했다는 여자, 신녀를 만난 것은 사소한 전쟁의 한복판이었다.

생사가 오가는 곳은 어디나 끔찍하고 심각한 장소지만 먹을 것을 얻는 일은 사소한 일상이다.
밤이 지속되는 이 세계에서는 먹을 것 한 조각을 얻는 일이 끔찍하도록 사투를 벌여야 하는 일이었다.
얼지 않는 지저의 끓는 물과 그 주위에 자라난 한줌의 곡식을 갖기 위해 사투를 벌이던 날의 일이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언제 나타난 것인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백야의 마수’라고 불리던 나에게 다가와 그녀가 안아줬다는 사실만이 떠오를 뿐이다.

이 가혹한 추위 속에서 신녀의 포옹은 처음 느껴보는 온기였다.

희망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절망조차 느끼지 못했던 나에게 처음 다가온 빛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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