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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지오,용생기)

씀-꽁트

by 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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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_장벽은 인간이 이 땅 위에 도래하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사람은 발이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을 향해 끊임없이 이주하고, 탐험하며, 진출한다.
이는 수많은 지성체가 활보하는 ‘나라카’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지닌 기묘한 특성이다.
장이족은 숲에서, 단구족은 지저에서, 용은 자신의 동굴에서 터전을 만들며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굳이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이미 정착한 후에도 여러 이유로 세계를 향해 발을 뻗어 나간다.
신들과 세계가 허락하지 않은 금지라 해도 멈추지 않으며, 가끔은 고대의 봉인된 문을 열어 위험한 악마를 도래하게 만들기까지 할 정도다.
오직 동녘에 자리한 커다란 ‘장벽’만이 사람의 발을 멈추게 만들었다.

극지도, 대양도 어떤 형태로든 인간은 뻗어나가며 개척해왔다.
하지만 동녘의 지평선 전체를 가로막은 이 장벽은 너무 높고 끝을 알 수 없어 인간이 넘지 못했다.
천공을 진정으로 지배하는 ‘용’들만이 장벽 너머의 세계를 아주 간혹 넘나들 뿐이다.

용들은 인간에게 장벽 너머의 비밀을 한 번도 알려준 적이 없다.

저 장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장벽은 만년이 넘도록 인간에게 미지의 존재였다.

하지만 이쪽에서 넘어갈 수 없다고, 반대편에서도 넘어올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장벽 너머에서 살던 용.
청룡의 망신, ‘지오’가 장벽을 넘어온 날은 아주 심상한 하루였다.
만년의 신비가 무색하리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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